[시사투데이 김균희 기자] 아파트 재건축 시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 때문에 지하 공간 사용이 어려워지자 보호수 지정을 해제하거나 다른 장소로 이식해 달라는 행정심판 청구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보호수 지정을 해제하거나 다른 장소로 이식해 달라는 재건축 조합의 요구에 대해 서울특별시가 이를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지 않다고 결정했다.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단지 내 360여년 이상 된 보호수가 아파트 지하 공간 사용을 어렵게 해 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고 재건축 사업으로 생육이 불량해 고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시에 보호수 지정을 해제하거나 다른 장소로 이식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재 장소에서 보호수를 안전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행심위는 재건축 조합은 보호수를 현재 위치에서 유지해 활용하는 계획안으로 사업을 승인받은 점, 보호수의 일부가 손실돼 지지대에 의존하고 외관이 흉물스럽다는 이유로 보호수의 지정 목적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지상·지하 재건축과정에서 보호수의 생육 환경이 변해 나무가 쇠약해지고 보호수로 지하공간 사용이 제한된다는 이유로 이식해야 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호수를 해제·이식할 의무가 없다고 결정했다.

행심위 김명섭 행정심판국장은 “개발과 보호는 서로 공존하는 가치이므로 이번 결정을 통해 360여년의 역사를 지닌 보호수가 아파트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손상되지 않고 지정 목적대로 현재 장소에서 안전하게 유지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