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이별도 한꺼번에 쏟아낸 음반
민소진
silver56@sisatoday.co.kr | 2006-04-27 18:22:55
4집 “비코즈 오브 유(BECAUSE of YOU)'로 돌아온 가수 한경일
이번 한경일의 4집 앨범은 슬픈 노래 위주로 구성된 것이 눈에 띈다. 얼마 전 연인과의 이별 때문인지 한층 성숙한 느낌의 앨범이다. 가창력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발라드 가수군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확실히 자리 잡은 그의 노래는 오랜만에 만나는 전통 발라드 앨범이라는 점에서 더욱 반갑다. 한때 故서지원의 목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는 특유의 중저음에서 나오는 구슬픈 목소리가 잘 살려진 곡으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년간의 공백에 조금은 살이 찐 듯 건강한 모습의 그를 여의도 근처의 조용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였다. 살이 좀 쪄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3집 활동 중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었나봐요. 활동 중 악화된 건강을 쉬는 중에 추스르다 보니 살이 많이 찐 것 같다”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쉬는 기간 뭐하며 지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하고 지냈어요. 하고 싶은걸 다했다면 거창하게들 생각하는데 저는 그냥 집에서 쉬고 싶었어요. 남들처럼 하루 종일 누워있어 보기도하고, tv도 실컷 보고, 하고 싶은 게임도 실컷 했는데 심하면 하루 종일 잠만 자고 다음날 일어나서 또 tv만 보다 다시 잠이 든 날도 있었어요. 그냥 그러고 싶었어요”라며 깨끗한 인상과는 달리 털털한 모습을 보인다. 게임을 좋아하는 그는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다 보니 사람들과의 만남도 그리 즐기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에게는 연예인이라는 느낌보다는 친구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평범해보였다. 평소에 말 수도 적고 내성적인 그는 오락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했다. “그냥 보는 것은 좋은데 제가 활달한 성격도 아니고 사람들이랑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오락프로그램은 부담이 가요. 연예인으로서 인기관리와 앨범홍보를 위해서라도 프로그램에 자주 참여해야하는데 성격상 너무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소속사와 다툼도 많았어요. 하지만 공백 기간이 길다보니 위기감에 이젠 관리도 좀 해야겠더라고요” 라며 오락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남들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고 말수가 적으며 조용한 성격인 한경일은 가수가 되기까지 많은 운이 적용한 케이스다. 노래연습을 꾸준히 해오던 고등학교 학창시절 당시 브라운관에는 댄스그룹(HOT, 젝스키스 등)들이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또래의 가수들이 부럽기만 할뿐 본인이 가수가 된다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하지만 독학의 노래연습이 결실을 맺는 듯 대학교 1학년 때 과선배의 소개로 지금의 회사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저는 운이 많이 따라주어서 쉽게 데뷔한 편이예요. 하지만 노래만을 바라보고 연습을 열성적으로 꾸준히 해 왔기 때문에 자신감도 없지 않아 있었어요.”라며 자신의 노래실력에 대해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정통 발라드만을 고집하며 벌써 4집 앨범까지 발매하게 된 것은 그의 노래실력을 인정하는 팬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어려서부터 록발라드나 정통발라드만을 들으면서 자라온 한경일은 본인의 감성적인 면이나 성격 면에서 발라드가 정서에 맞는다며 “일부러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다른 장르를 어설프게 보여드리는 것보다 가장 자신 있는 장르를 보여드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발라드를 선택한 거죠”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얼마 전 막을 내린 SBS드라마 ‘돌아온 싱글’의 OST를 부르기도 했던 그는 본인의 앨범을 작업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며 책임감은 많이 따랐으나 심적으로는 오히려 편안했다고 한다. “저를 어느 정도 인정을 해서 찾아주신거라 생각하니 매우 영광이었어요”라며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에서 드라마의 테마에 맞는다면 채택해서 나가기도 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아울러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본인의 노래도 알려지면 윈윈효과도 얻을 수 있는 거 아니냐며 시원스럽게 웃어넘겼다.
한경일에게는 귀여운 조카가 3명이나 있다. 어릴 적, 누나들과 나이차이가 많이 남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싸운 그는 성인이 되면서 오히려 돈독해졌다며, 특히 밝은 성격인 둘째누나의 보살핌과 격려는 가수생활로 힘든 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가장 애착이 가는 앨범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번 앨범이 제일 맘에 들어요. 노래가 좋은것도 좋은거지만 구성도 잘되어있거든요. 그동안은 노래를 미숙하게 불러온 느낌이라면 이번 앨범은 조금 더 성숙해진 느낌이랄까?”하며 이별의 아픔을 실제로 느낀 그에게서 당장이라도 구슬픈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5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는 한경일은 팬들에게 너무 오랜만에 인사드려 죄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번 앨범만큼은 자신 있다는 말과 함께 2년간의 공백 기간이 무색하지 않도록 정통발라드의 진수를 보여드릴 것을 다짐했다.
-민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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