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리마리오’

박지혜

news25@sisatoday.co.kr | 2006-04-28 17:00:05

리마리오-1

“가능성을 인정받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최종 목표예요”

 SBS TV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오우~ 베이베~’ ‘본능에 충실해~’ 등의 유행어를 양산하며 시청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은 ‘리마리오’ 이상훈이 연기자로서의 화려한 변신에 나섰다. 지난해 연극 ‘관객모독’으로 연극무대에 도전했던 그가 요즘은 연극 ‘리어왕’ 준비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땀과 열정으로 가득 찬 ‘리어왕’ 연습현장에서 이상훈을 만났다.

 이상훈은 서울 연극제 공식 추천작으로 오는 12일부터 무대에 오를 연극 ‘리어왕’에서 광대 역을 맡았다. 세태를 풍자하고 세 딸로부터 버림받은 리어왕을 조롱하기도 하는 감초 같은 캐릭터다.

 “제가 ‘리어왕’에 캐스팅 된 것은 배우로서 정말 영광이죠. 다른 배우들만 보더라도 연극계에서 손꼽히는 분들이 출연하시거든요. 그 속에서 제가 하나의 역할을 맡고 그 분들과 함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무릎 꿇고 감사하다고 해야 돼요.”

 캐스팅만 3개월이 걸렸지만 오로지 광대 역은 ‘이상훈에게만 주어야 한다’는 연출자의 말은 배역에 더욱 욕심을 갖게 했다. 무엇보다 연극계의 대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찾아 배울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관객들에게는 높은 평가를 받았던 그가 스스로 자신의 연기력을 평가한다면 어떨까?

 “배우가 어떻게 자신의 연기력을 평가해요. 그건 감히 말이 안 되죠. 장인들이 본인 작품에 묻은 예술성을 스스로 말한다면 그 작품은 그때부터 가치가 떨어질 거예요. 저 또한 마찬가지예요. 다만 무대에서 내려오면 아쉬운 만족이 남죠.”

 처음 그가 코미디 무대를 떠나 연극을 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 반신반의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리마리오라는 캐릭터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았었죠. 하지만 리마리오는 하나의 캐릭터였고 그 모습을 연극무대에서 보일 수는 없잖아요. 저에게 있어서 코미디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주위에서 ‘과연 이상훈이 연기를 할 수나 있을까’하고 의심했겠죠. 하지만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연기였어요.”

실제로는 느끼하지 않아

 실제로 그는 서울예대 방송연예과 출신으로 92년 처음 연극무대에 섰다. 졸업 후 연극무대를 전전하고 원단 수입 등 무역업에 종사하다 컬투와의 인연으로 ‘웃찾사’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인연은 기회를 만들어주었지만 그가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캐릭터가 필요했다. 리마리오의 '느끼남' 캐릭터는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젊은 친구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가 무엇인가 고민하다가 ‘나이트클럽’이 떠올랐어요. 그러다 ‘작업남’에서 ‘느끼한 작업 대사’로 생각이 이어지다 완성된 거죠. 하지만 리마리오는 단순히 느끼한 남자가 아니라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사람예요. 여자뿐만 아니라 사물을 보더라도 말이죠.”

 느끼한 concept를 정한 후 더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라틴댄스와 마술 등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발성연습을 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이태리 느끼한 혈통 마가린 버터 3세’ 리마리오가 탄생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성격은 많이 다르다고 했다.

 “외모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들이 어려워하기도 해요. 느끼해 보인다고. 하지만 오해하고 계시는 거예요. 전 굉장히 한국적인 사람예요. 김치찌개와 막걸리를 좋아하죠. 성격도 능글맞지 않고 오히려 차분하고 섬세한 편이죠.”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에요

 그가 리마리오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다 돌연 하차하자 일부에서는 ‘더 이상 아이디어가 없어서’ ‘한 물 간 거 아니냐’ ‘이미 끝났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제 나름대로 뜻은 배우였고 진지한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코미디언도 즐거운 일이었지만 계속 코미디무대에 선다면 이미지가 굳혀져서 연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하차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가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소수의 물건이라도 장신정신으로 만들고 새 것인데도 마치 계속 이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10년을 썼는데도 새 것 같은 가구를 만드는 게 그의 사업 목표다.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는 게 최종 목표라는 이상훈. 연기자로서 변신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극복했기에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아닌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관객들로부터 듣고 싶다고 한다.

 “코미디 무대에서는 코미디언으로, 연극무대에서는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제가 더 노력해야죠.”

 진정한 예술가의 삶을 추구하고 끝이 아닌 한 곳을 바라보며 꾸준히 달려가는 이상훈에게 가능성이라는 말은 그리 멀지 않을 것 같다.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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