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외길 인생..연기자 강석우

홍선화

news25@sisatoday.co.kr | 2007-07-20 11:12:44

탤런트강석우11

-연기는 내 인생이다. 밥을 먹고 호흡하는 것처럼...

KBS수원 드라마제작센터 내 1TV ‘그대의 풍경’ 녹화 준비를 하고 있는 탤런트 강석우를 만났다. 78년 김수용 감독의 영화 ‘여수’ 주인공으로 데뷔해 올해로 29년째 연기 인생을 맞고 있는 탤런트 강석우. 그는 당대 최고의 영화 ‘잃어버린 너’, ‘두여자의 집’, ‘겨울나그네’, ‘상처’, ‘보통사람들’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따뜻한 미소를 가진 청춘스타로 급부상해 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중 82년부터 3년 동안 방송한 KBS 일일드라마 ‘보통사람들’은 현대화, 핵가족화가 진행되던 시기에 고부간 갈등, 동서지간 갈등 등을 얘기하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얻은 작품으로 “그 당시는 시청률 조사가 없었지만 시청률 조사를 했다면 60~70%는 됐을 정도의 꽤 높은 인기를 누렸다”고 회상한다.

그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매 작품마다 강인함과 부드러움, 자상한 아버지, 때로는 옆집 아저씨 같은 포근함으로 현재까지 시청자에게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80.90년대 청춘스타로 여성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많았는데 그때가 그립지는 않은지.

▲ 지금이 훨씬 좋다. 데뷔해서 30년 동안 굴곡은 있었지만 나름대로 슬럼프 거의 없이 드라마, 라디오 진행, 섹스폰 연주회, 전시회 등 폭넓게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당시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었다는 건 잘생기고 젊은 남자인 청춘스타로 좋아해준 것이고 지금은 내가 사는 인생과 인간적인 신뢰를 좋아해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드라마 아줌마, 열아홉 순정, 그대의 풍경 등 코믹한 연기로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 이미지 변신을 하신건가.

▲연기는 바뀌는 게 아니다. 연기자는 주어진 작품에 캐릭터를 얼마나 잘 소화하고 변화시키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이제부터 변해야지 해서 변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역할에 몰입하다보면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하게 된다.

-MBC라디오 ‘여성시대’ 진행을 맡고 있는데 라디오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 있다면,

▲연기는 대본에 의해 움직이는 창조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라디오는 대본 없이 살아있는 나를 보여줘야 한다. 청취자들의 다양한 삶을 진솔하게 전해주는 라디오 진행은 청취자들과 밀접하게 대화한다는 점이 정말 흥미롭다. 그러나 시청자와 가깝게 다가가야 하는 매체이다 보니 친밀하기도 하지만 가령 듣는 사람들, 편집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잘못이해하면 비난의 화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런 매체다. 또한 생각했던 것보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고 그 사람들의 편을 들어줘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현실감이 마니 느껴진다. 사는 게 힘들어서 죽음 밖에 결정을 못 내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면에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희망을 놓지 않는 사연을 접할 때는 배울 점도 많다. 간혹 너무 힘든 사람들의 사연은 어떤 위로에 말도 필요가 없다. 그럴 땐 가만히 있는 게 낫다.

-연기를 비롯해 운동, 그림, 노래, 드럼·섹스폰 연주 등 못하는 게 없을 정도로 만능엔터테이너다.

▲좋은 몸을 가지고 태어난 것 같다. 타고 난 끼가 있다. 특히 그림은 어렸을 때부터 배웠다거나 한건 아니고 78년 데뷔 후 화랑출입을 30년 동안 하면서 그림을 많이 봤다.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해도 좋은 그림과 좋은 작가는 구별할 정도의 안목은 생겼다. 그러다 화가인 아내가 그림 그리는 것을 보며 테크닉적인 것을 배우다보니 용감하게 시작하게 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내와 함께 전시회를 열게 됐다. 올해는 8월 5일 미술관에서 특별상도 준다더라.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연기경력 30년 동안 사극, 악역 등 해보지 못한 역할은 없다. 작품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 해내기 위해 현재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를 늘 연구하고 있다. 더욱이 젊을 땐 연기의 철학이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없어졌다. 그것은 연기는 내 인생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숨을 쉬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처럼 말이다.

홍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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