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 추악함도 아름다운 사운드로 녹여내는 밴드 ‘내 귀에 도청장치’

장수진

sujinchang@naver.com | 2010-12-07 12:54:08

내 귀에 도청장치

[시사투데이 장수진기자]

내년 초 대학 MT 분위기의 라이브 공연 예정

록 밴드 이름이 제법 강렬하면서 재미있다. 누구나 한 번 들으면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이름 ‘내 귀에 도청장치’. 1988년 MBC 9시 뉴스데스크 생방송 도중 한 남자가 스튜디오에 난입해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습니다.’ 라고 외치고 쫓겨난 사건은 이들 록 밴드의 이름이 되었다. 일종의 해프닝이 주는 도발적인 충격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내 귀에 도청장치’(이하 내귀) 리더 이혁은 인간의 여러 가지 다중적인 면과 인간 내부의 특이한 심리를 음악으로 표현한다고 했다.

'내귀'는 1996년부터 홍대씬에서 클럽 공연을 시작으로 2001년 1집 'Wiretap In My Ear'로 데뷔하고 지난 여름 정규 앨범 4집 'Observation'을 발표한 데뷔 10년이 넘는 실력파 밴드이다. 클럽 라이브 무대는 물론 공연장과 방송을 넘나들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내귀’를 EBS 스페이스 공감 리허설 현장에서 만났다.

'내귀‘ 멤버는

드럼을 맡고 있는 재훈은 96년도부터 같이 활동했고 중간에 기타 태진, 베이스 의준이 합류했다. 이렇게 나(보컬 겸 리더 이혁)까지 네 사람이 함께 음악한지는 6년 정도 됐다. 처음엔 음악적으로 색깔도 조금씩 다르고 각자 개성이 강해 음악적으로 조화를 이루기 어려웠다. 이제 오래 같이 하다 보니 자기 색깔을 강조하기 보다 음악적인 완성도를 먼저 생각한다. 이제 우리만의 방식으로 음악적 색깔이 적절히 믹스된 것 같다. 지금은 잘 맞는다.

'내귀' 음악은

우리 음악을 가지고 사람들을 놀래주고 싶었다. 내 귀에 도청장치가 되어 있으면 나 자신이 나를 감시한다는 느낌이 들어서...다중인격적인 느낌도 들고 우리 음악은 인간의 여러 가지 다중적인 면과 인간 내부의 특이한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음악적 색깔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사운드를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록 이라는 사운드 안에서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인간 내부에 있는 다양성을 표현한다. 우리 음악은 은유적인 것이 많다. 예를 들면 파티라고 해서 직접적으로 파티 분위기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막에서 하는 축제를 상상한 다음 사막에서 축제를 경험하지만 환각이었다는 설정을 통해 인생 자체가 사막에서 잠깐 만나는 환각적인 축제에 불구하고 결국은 사막에서 혼자 여행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내귀’ 음악의 강렬함에 대해

우리 음악이 강렬하다고 느끼는데 그게 사운드가 세서 강렬한 게 아니다. 사운드가 소프드 하더라고 그 안에 담고 있는 느낌은 강렬할 수 있다. 사이키델릭(psychedelic)한 사운드도 포함 시키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 그렇지는 않고 굳이 말하면 판타지 록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잔인하거나 추악한 부분까지도 아름답게 표현하는 건데 예를 들면 피가 떨어지는 것을 피가 아니라 꽃잎이 떨어진다던지 지하실에서 무지개를 본다던지 지옥에 내려갔는데 지옥에 악마들이 있는 게 아니라 인형들이 무기를 들고 있다고 상상한다. 우리는 록의 강렬함과 무서운 부분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그걸 비화시켜서 표현한다.

곡 작업에 대해

곡은 각자 쓰기도 하고 모여서 작업하기도 하는데 4집 앨범은 모여서 같이 했다. 누가 화두를 가져오면 분위기를 가지고 멜로디를 만들고...보통 파트별로 작업한다. 서로 모니터하면서 작업을 하는데 편곡적인 면에서 훨씬 갖춰진 곡이 나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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