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문학의 숲을 찾아서 ‘전남 장흥’

장수진

sujinchang@naver.com | 2010-12-09 09:26:51

_축제_의 배경이 되었던 소등섬

[시사투데이 장수진기자]

문학이 살아 숨 쉬는 고장 전남 장흥. 가사문학의 효시인 '관서별곡'을 지은 기봉 백광홍 선생부터 한국 문학의 거목 이청준, 바닷가의 삶을 신화화한 한승원, 민중의 삶을 절절하게 그려낸 송기숙까지 수십여 명의 문인들이 장흥에서 태어나 역사에 획을 그을 만한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수많은 작가들을 잉태한 장흥은 그들의 고향으로써 뿐만 아니라 작품 속으로 적극적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천관산과 득량만을 비롯한 장흥의 산과 바다는 이청준의 '눈길'과 '축제', 한승원의 '불의 딸', '그 바다 끓며 넘치며', 이승우의 '일식에 대하여' 등 여러 소설의 생생한 배경이 되었다. 그런가하면 곽재구 시인은 문학의 기운이 구석구석 숨어있는 장흥을 보고 '열애처럼 쏟아지는 끈적한 소설의 비'가 내리는 땅이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토양 덕분에 장흥에는 이청준 생가와 한승원 문학 산책로, 천관산 문학공원 등 문학에 젖어들게 하는 여행지들이 많다. 2008년 지식경제부에서는 장흥을 전국에서 최초로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하기도 했다.

장흥 문학여행에서 발길이 가장 먼저 닫는 곳은 회진면 진목리 갯나들 마을에 있는 이청준 문학자리다. 존재를 건 글쓰기를 해온 미백 이청준의 문학정신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고인 2주기를 맞아 마련된 곳으로, 가로 세로 7m 크기의 돌판 위에 넓은 너럭바위와 글 기둥이 사이좋게 서 있다. 커다란 돌판 위에는 이청준 선생이 직접 그린 문학지도가 그려져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개를 들어 문학 자리 앞을 내다보면, '눈길', '선학동 나그네'의 무대가 되었던 드넓은 득량만이 펼쳐져 있어 멀리 서 달려온 여행자들 포근하게 안아 준다.

또한 이청준 생가와 영화 '축제'의 배경이 되었던 용산면 남포마을로 향해 보자. 남포는 고즈넉한 해변마을로 마을 앞에는 소나무 몇 그루가 서 있는 소등섬이 자리하고 있다. 썰물 때가 되면 뭍과 연결 되는 소등섬은 정월 대보름날 당 제사를 모시는 곳으로 달이 뜰 때 묘한 아름다운 자태를 내뿜는다. 소등섬은 석화구이로도 유명하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 소등섬에는 석화구이를 판매하는 비닐하우스 촌이 들어서고 전국의 식도락가들이 싱싱한 석화를 맛보기 위해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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