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청소년의 ‘다른’ 위기 경험, 다른 접근이 필요해
조시내
| 2011-01-28 10:24:37
[시시투데이 조시내 기자] 여성가족부는 200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지역사회 청소년 통합지원체계사업(이하 통합지원체계)’에 대한 심층 성별영향평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서 여자 청소년들은 임신·낙태 또는 미혼모 문제 등 남자 청소년과는 ‘다른’ 위기경험을 하고 있어, 여자 청소년의 위기 경험을 보다 세심하게 고려하는 방향에서 정책을 개선해 나갈 해 나갈 필요성이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위기청소년의 약 11%가 상담 및 수혜를 받고 있는 통합지원체계의 사업 수행방식·서비스 수혜 등을 양성평등적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여성가족부가 지난 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한 것이다.
‘통합지원체계 사업’은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한국청소년상담원과 전국에 있는 청소년 상담 기관 및 지원 시설들이 운영하는 다양한 전문 서비스와 활동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것. 위기청소년에 대한 상담·보호·의료·자립 등 맞춤형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가정, 학교 및 사회로의 복귀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수혜자 및 문제 해결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위기청소년에게 있어서 가출은 또 다른 위기경험에 노출되는 매개로써, 가출 이후 청소년들은 폭행, 돈뺏기, 물건 훔치기, 성관계 등 실제적인 위기에 노출되는데, 특히 여자 청소년은 남자 청소년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위기에 노출된다.
가정과 학교 밖으로 나온 여자 청소년은 성적 매력을 가진 젊은 여성, 원조교제 상대, 거래 가능한 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으며 성경험, 성매매, 성폭력, 임신이나 낙태 혹은 미혼모 경험에 전면적으로 직면하게 된다.
이번 연구의 책임연구원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해숙 박사는 실제로 “청소년 임신은 연간 약 1만5천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들이 상담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런 여자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 성폭력 등 ‘다른’ 위기를 지원하기 위해 미혼모자시설, 성폭력 상담소 및 보호시설 등의 기관과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고 여자 청소년의 임신, 출산, 양육의 전 과정에 걸쳐 상담과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 및 인력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 밖에 지난해 6월부터 6개월간 ‘성별’이라는 기준으로 ‘2009년 전국 청소년 위기상황 실태조사’ 등의 자료를 재분석한 결과, 위기 상황에서 겪게 되는 경험 등이 성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음이 드러났다.
전체 위기 수준의 성별 차이를 보면 잠재적 위험군과 고위험군 청소년 모두 여학생의 비율이 높아, 여자 청소년의 16.3%, 남자 청소년의 14.7%가 위기청소년으로 나타났으며 가스나 본드, 마약류의 흡입경험과 인터넷 사용으로 인한 위기경험, 절취경험은 남학생의 비율이 높은 반면, 여학생은 성폭력 위협을 느낀 경험과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청소년의 성별에 따라 통합지원체계 서비스 접근 경로, 주 호소 문제, 요구하는 서비스 내용 등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였다. 상담 의뢰 경로를 살펴보면, 여자 청소년은 본인(35.3%)이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남자 청소년은 가족(29.9%)에 의한 의뢰가 가장 많았다.
현재 위기 상황도 역시 남녀 차이를 보였다. 남녀청소년 모두 가출과 학업중단 상태인 경우가 가장 많으나, 가출 문제는 여자(31.7%)가 남자(24.8%)보다 월등히 많다. 또한 인터넷 중독문제는 남자(10.3%)가 높은 반면, 가정폭력-피해(8.3%) 문제는 여자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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