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젖어 있는 힙합(Hip-Hop) 여행자, 가리온(Garion)

장수진

sujinchang@naver.com | 2011-03-14 10:47:55

가리온 mc메타

[시사투데이 장수진기자]지난달 23일 한국대중음악사에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에 힙합그룹 가리온(Garion)이 올해의 음반상과 최우수힙합상(음반부문, 노래부문)을 휩쓸며 3관왕을 차지했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주류, 비주류를 포함 가수보다 음반과 곡에 주목하고 판매량이 아니라 음악적 성취를 선정 기준으로 삼는다. 선정위원도 대중음악평론가, 대중음악전문기자, 음악전문 PD, 학계와 시민단체의 대중음악 전문가들이 선정위원으로 참여하고 네트즌의 투표를 반영한다.
인기 그룹도 아니고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장르도 아닌 소수만이 그들의 음악을 소비하는데도 불구하고 한국대중음악상은 올해의 주인공으로 가리온을 선택했다. 이것은 아이돌그룹, 댄스 가수가 주류를 이루며 일방적으로 음악의 편식을 유도하는 대중음악계에 일침을 가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힙합신에서는 힙합이 아이들이나 좋아하는 음악, 가볍고 성의 없는 음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음악의 한 장르로 가치와 예술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강일권 선정위원은 가리온의 두 번째 앨범인 ‘가리온2’를 선정한 이유를 “한국 힙합신을 일군 두 명의 래퍼 MC메타와 나찰이 겹겹이 쌓아올린 라임을 바탕으로 토해내는 불세출의 래핑은 가요계에 판치는 짝퉁 래핑에 길들여진 대중에게 랩이란 장르가 얼마나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언어의 예술인지를 깨달게 해 줄 것”이라고 평했다.
이에 대해 수상 당사자인 MC메타는 “감사드린다. 수상 이후 변화가 조금은 있는 것 같다. 제일 큰 것은 네이버에 우리 프로필이 바뀐 것인데 이제 우리가 트위터에서 글을 쓰면 바로 올라온다”며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타이틀이 하나 더 붙었다는 것은 좋은데 힙합 신에서 뭔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MC나찰은 “힙합의 승리라고 우리끼리 장난스럽게 얘길 했는데 여전히 힙합을 무시하는 사람도 꽤 있다. 쉽게 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이번에 상을 타면서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 위로가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국힙합 1세대로 불리며 힙합을 하는 뮤지션들에게 정신적인 지주로 알려진 가리온. 1998년 결성해 13년 동안 힙합의 최전선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완성해가는 진정한 뮤지션. 그들의 힙합 이야기에 좀 더 깊이 들어가 들어보자.
‘PC통신 동호회 활동을 통해 힙합에 빠져들다’
천리안, 나우누리, 하이텔 등 PC 통신이 한창이었던 시절, MC메타와 나찰은 PC통신 동호회에서 만났다. 당시에는 흑인 음악을 전문적으로 듣기가 어려워 찾아서 들어야했다. 몇몇 수입음반을 취급하는 레코드가게에서 원하는 음반을 구입할 수 있었는데 수입이다 보니 너무 비싸 음반을 사기 위해 그들은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그렇게 구입한 음반을 듣고 감상문을 동호회 게시판 올려 회원들과 정보를 공유했다. 또 신보들이 모이면 장소를 빌려 음악 감상회를 열었는데 동호회 회원 150~200명씩 모이곤 했다. 그들은 힙합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 소개하기도 했다. 동호회 내부에서 그들의 음악에 대한 반응이 좋아 팀을 결성하고 클럽 무대에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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