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
전해원
| 2012-08-03 16:52:32
[시사투데이 전해원 기자]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역사실록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세종 즉위 3개월 전의 이야기를 영화적인 상상력과 흥미로운 설정으로 유쾌하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처음 궁 밖으로 나와 모든 것에 어리둥절한 세자와 단순 무식한 노비, 하늘과 땅처럼 다른 두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한 주지훈의 1인 2역은 상상초월의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말이 필요 없는 코믹대부 3인방 백윤식, 변희봉, 박영규와 호위무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참하게 깨뜨려 줄 허당콤비 김수로, 임원희 또한 영화의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코미디 영화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장규성 감독이 오랜 기간에 걸쳐 준비해 온 비밀병기로서, 올 여름 전국에 핵폭탄급 웃음을 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칭송 받는 성군 세종대왕. 사실은 그가 소심하기 그지없고 왕이 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한 나머지 가출까지 감행한 겁쟁이였다면?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충녕대군이 세자 책봉을 받고 세자 즉위식에 오르기까지 석 달 간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쫓고 있다.
강력한 군주 태종의 셋째 아들인 충녕은 권력, 왕권과는 담을 쌓은 채 엉덩이에 종기가 날 정도로 책만 읽고, 씹던 나물도 뱉어버리는 철저한 육식주의자이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온실 속 화초이다.
어느 날 태종은 난데없이 양녕을 폐위하고 충녕을 세자로 앉히겠다고 폭탄 선언을 하고, 왕 되기가 죽기보다 싫었던 충녕은 결국 월담을 하고야 만다. 하지만 바깥 세상에는 궁보다 더한 고난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아침에 세자에서 노비로 신분이 급락해 온갖 고초를 겪고, 백성들의 고달픈 현실을 온 몸으로 부딪히며 충녕은 점점 성군의 기질을 갖춰가고 또한 자신이 왕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배워가게 된다.
세종은 한반도의 긴 역사 동안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꼽히지만 그가 아직 세자도 되기 전, 철부지 울보왕자에서 점차 성장해 가는 모습을 통해 영화는 웃음과 감동, 그리고 현실세계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또한 스스로 뒷일 조차 해결하지 못하던 유약한 왕자가 궁을 떠나 힘겨운 노역에 동원되고, 끼니를 구걸하고, 심지어 멍석말이를 당하며 평범하고 힘든 백성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세종의 인간적인 매력을 조명하게 될 것이다.
군 제대 후 3년 만에 복귀하는 주지훈이 오랜만에 팬들과 만날 야심작으로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선택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왕이 되기 싫어 야반도주를 감행하는 소심세자 충녕과 생각보다 몸이 앞서는 행동파 노비 덕칠의 1인 2역이다.
그가 데뷔작 [궁] 이후 7년 만에 연기한 왕세자는 기존에 사극에서 보여줬던 세자 캐릭터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엉덩이에 종기가 나도록 책을 읽은 탓에 박학다식하지만 정작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유리처럼 연약한 체력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라곤 요만큼도 없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인공 덕칠. 덕칠은 무식하고 지저분하고 뭐든 본능이 앞서는 행동파 노비이다. 짝사랑하는 수연 아씨 집안이 역적으로 몰려 명나라에 끌려갈 위기에 처하자 그녀를 구하기 위해 다짜고짜 낫 한 자루 들고 궁으로 향하고 그 와중에 우연한 사고로 덕칠은 충녕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왕자 충녕과 어설프게 세자 연기에 몰입하는 덕칠, 무식하지만 순박하고 의리 넘치는 노비 덕칠과 세자이나 세자라고 말할 수 없어 멍석말이까지 당하는 충녕까지,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충녕과 덕칠은 1인 4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하늘과 땅처럼 다르고,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변해가고 성장해 간다.
몇 년 만에 돌아온 촬영장이라 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마치 주지훈은 충녕과 덕칠에 차례로 빙의 된 듯 소심하다가도 능청맞게, 무식하다가도 똑똑하게 자유자재로 두 캐릭터를 오가며 완벽한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3개월 동안 촬영하며 그의 연기를 지켜본 장규성 감독은 “전혀 다른 두 캐릭터를 연기해야 해서 감정조절이 힘들었을 텐데 생각 이상으로 굉장히 잘 해줬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만만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최고의 실력으로 최선의 노력을 발휘한 배우들과 스탭들의 노고가 그 빛을 발하며 올 여름 극장가를 장악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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