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소나무의 기상과 기품을 화폭에 가득 담아
이윤지
| 2013-11-29 10:52:07
【창원 이영복 화백】‘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으로 이어지는 애국가 2절의 첫 소절에 나올 만큼 그 어떤 수목보다 우리 민족의 정서와 애환이 담겨있는 소나무를 40년간 화폭에 담아온 이가 있다. 바로 동양화가인 창원(蒼園) 이영복 화백이다.
뒷동산이 솔밭으로 우거진 마을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남달리 소나무를 좋아했다는 이 화백은 1955년 중학생 나이로 당대 최고권위의 국전에 입선하며 화단에 입문했다. 이후 홍익대학교 미술학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던 그는 동양적 사유와 사색을 바탕으로 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고, 이는 산수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발현됐다.
특히 중국풍 관념 산수의 틀에서 벗어나 동양화 전통기법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며, 독특한 화풍을 구현해온 이 화백은 소나무, 억새풀, 시원(始原)의 이미지 등을 작업소재로 삼아왔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소나무를 주로 그렸던 그는 1970년대부터 전국 각지의 유서 깊은 노송을 찾아다니며, 그 기상과 기품을 화폭에 가득 담아내고 있다.
이런 이 화백의 창작세계에 가장 큰 영감을 부여한 소나무는 충북 충주 단호사의 적룡송이다. 위치와 방향에 따라 달리 보이고, 마치 용이 등천하며 여의주를 물려는 듯한 형상을 지녔다는 적룡송은 그에게 노송을 그리는 필법과 정신 등을 깨우쳐준 나무이기 때문이다.
이 화백은 “소나무마다 수령, 수형, 수관, 기둥격인 둥치, 가지의 선(線) 등에 따라 형상이 제각각”이라며 “그에 맞는 운필과 획이 중요하고 수피(樹皮)와 둥치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래서 해마다 며칠씩 소나무를 찾아 관찰하며 수많은 현장스케치를 하고, 각종 문헌과 자료를 뒤져 역사적 사실과 일화 등을 공부한 뒤에 경건한 마음으로 붓을 든다”고 밝혔다.
이에 절제가 느껴지는 수묵선에 간결하고 담백한 채색을 더한 그의 소나무는 웅장함과 섬세함, 실체와 추상 등이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낸다. 실제로 이 화백이 16년만에 ‘소나무展’을 지난달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개최, 대표작으로 500호가 넘는 ‘단호사 적령송 서설’과 천년송, 금슬송, 효자송 등의 작품 40여점을 선보이자 평단과 관객의 호평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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