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성과 실용성이 빼어난 ‘목다구’ 제작 장인
이윤지
| 2016-06-03 09:31:05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다도구(茶道具)’는 차를 마시는데 필요한 여러 도구를 일컫는다. 그리고 다도구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장인을 ‘다도구장(茶道具匠)’이라 한다.
이들 가운데서도 경북 문경의 향산 김승수 다도구장은 차인이라면 누구나 소장하고 싶을 만큼 예술성과 실용성이 뛰어난 다관·다반·차시·차호·찻잔 등을 만들기로 유명하다.
초등·중학교 시절부터 조각에 관심과 소질을 보인 그는 어느덧 37년째 목공예인의 외길을 걸어오고 있다. 방과 후 반찬 전달을 이유로 미술선생님 집에 드나들며 조각을 배운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 1980년 한양목공예학원에서 수강하며 실력을 갈고 닦기 시작해 오늘까지 이른 것이다.
한때 불교미술에 심취하며 여러 사찰의 대작을 완성하기도 했던 그는 20년 전부터 본격적인 ‘목다구(木茶具)’ 제작에 전념해왔다.
그러면서 김승수 다도구장은 창의성과 정교함이 돋보이고, 인위적 색상이 아닌 나무의 원색 그대로를 최대한 살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5~10년간 잘 말린 나무로 작업하며, 스케치와 조각에 이어 약 20일 동안 정성들여 옻칠을 반복한다.
보통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1개월 넘게 걸리는 인고의 과정이지만, 향산은 “더욱 아름다운 작품을 만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그 결정판이자 그의 대표작인 ‘연화다반’은 연(蓮)을 모티브로 자연스러운 곡선과 나무의 은은한 색, 여기에 여백의 미까지 더해져 예술적 가치가 높은 수작이라고 평가받는다.
또한 향산이 창작을 하며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편의성이다. 미적으로 수려한 디자인의 작품일 뿐만 아니라 손쉽게 자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그는 국내 최초 다도구장임을 자부하며 차(茶)문화 발전에 새 장을 열고 있다.
2003년 코엑스에서 목다구만으로 첫 전시회를 가졌으며, 현재 서울의 강남·인사동을 비롯한 전국 다원 40여 곳과 일본·대만 등지에서 작품전시 및 판매중이고, 내년에는 중국에서도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화려함에 치중하지 않고 여백의 미를 제대로 구현한 향산의 작품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이 많아서다.
향산 김승수 다도구장은 “수백수천만원 이상을 호가해도 도자기는 구입하지만, 목공예품은 제값받기도 힘들어 열악한 환경에서 작품 활동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라며 “속히 목공예에 대한 인식개선이 이뤄지길 바람”을 밝혔다.
이에 덧붙여 “수준 높은 예술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노력하며, 목다구의 문화·예술적 가치제고에 열과 성과 다해나갈 것”이라고 전한 그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한편, 향산 김승수 다도구장은 예술성과 실용성이 우수한 목다구 제작에 헌신하고, 목공예 진흥 및 가치제고를 이끌며, 차(茶)문화산업 발전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16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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