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 공범 무기징역→징역13년 감형, 왜?

박미라

| 2018-04-30 18:23:55

인천 초등생 살인 혐의로 구속된 피고인 박모씨와 김모씨가 머리카락을 풀어헤쳐 얼굴을 가린 채 30일 오후 항소심 선고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 공범으로 지목된 박모(19)양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무기징역에서 징역 13년으로 큰 폭의 감형이 이뤄진 것이다. 이에 법원이 이런 판단을 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30일 김모(17)양과 박양의 살인, 사체유기, 살인방조 등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각각 징역 20년, 13년을 선고했다.

1심과 동일한 형량인 김양과 달리 박양은 감형된 결과를 받았다. 더구나 1심 재판부가 박양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큰 폭의 감형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이는 2심에서 범죄행위에 대한 박양의 '지위'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박양의 가담 여부에 따라 김양의 형이 감형될 여지가 있는 이해관계를 가지는 점 ▲김양의 진술이 일관되거나 구체적이지 못한 점 ▲평소 두 사람의 대화나 행동에 비춰 김양이 박양에게 지시를 받거나 복종하는 관계가 아닌 점 등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박양이 끌여들여서 억지로 범행했다"(김양), "김양은 실행범, 박양은 지시범"(검찰)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의 이 판단으로 살인의 '공모공동정범'이라는 박양의 혐의는 무죄가 됐다.

다만 재판부는 박양의 살인 '방조' 혐의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양이 피해 아동의 신체 일부가 든 봉투를 건네받아 내용물을 확인했음에도 아무 의문도 제기하지 않은 점 등은 이 범행을 사전에 인식한 반응"이라며 "범행 대상 선정이나 실행 결의의 강화나 유지에 정신적으로 돕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형법에 따르면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한 때(공동정범)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타인을 교사해(교사범)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

하지만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방조범) 자는 종범으로 처벌하고,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 1심까지 정범 위치였던 박양이 2심에선 종범이 된 것이다. 주범 김양이 징역 20년이기 때문에 박양은 더 낮은 형이 나와야 한다.

여기에 박양이 종범이라는 전제 하에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범행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된 점이 김양보다 7년이나 짧은 실형을 받게 된 원인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거론하면서 박양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까지 철회했다.

1심 재판부는 박양과 김양에게 실형과 함께 30년 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김양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커다란 고통을 초래했음에도 진지하게 자신의 범행을 참회하거나 반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살인을 한 사실을 어느새 망각해버리고 범행을 타인 책임으로 돌리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은 지난해 3월29일 인천 연수구 한 공원에서 당시 8세인 A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양은 김양과 살인 계획을 세우고 김양으로부터 A양의 주검 일부를 건네받아 훼손한 뒤 버린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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