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의원, 어깨 드러낸 옷 논란…"여성이 겪는 일상적 외모 평가, 성차별"

김애영

| 2020-02-06 20:15:19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트레이시 브레이빈 의원은 어깨가 드러난 의상을 입고 일어난 논란에 대해 그녀는 5일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논란은 여성들이 겪는 일상의 차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사진 영국 하원 홈페이지 캡처) 20200205

[시사투데이 김애영 기자] 지난 4일(영국 현지 시간) 한쪽 어깨를 드러낸 의상을 입고 국회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해 논란에 시달린 영국의 국회의원 트레이시 브레이빈은 "언제든 다시 이 옷을 입겠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트레이시 브레이빈 의원은 5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의상 논란은 "여성들이 겪는 매일의 성차별을 보여준다"며 자신은 다시 한 번 같은 옷을 입고 의회에 등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레이빈 의원은 전날 하원에서 긴급 질의를 하며 브렉시트와 관련한 보리스 존슨 행정부의 언론 대응 방식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 곳은 그녀의 질의 내용이 아닌 한쪽 어깨가 드러난 검정 원피스에 꽂혔다.

트위터에서 몇몇 누리꾼들은 "의회에 적합하지 않은 의상"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공세를 시작했다. "몸을 파는 여자 같다"는 원색적인 조롱도 이어졌다.

브레이빈 의원은 스카이뉴스에서 "이러한 비난이 평범한 일터에서 나 혼자 겪은 일이라면 그냥 넘길 수 있으나 영국 전역, 나아가 전 세계에는 매일, 매순간 이러한 '평가'를 견뎌내는 여성들이 있다"며 "내가 이 문제를 확실하게 언급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젊은 여성들은 남성의 '시선의 대상'이 된다. 여성의 의상, 그리고 외형은 남성들의 자유로운 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그녀는 이어 "권력을 갖고 있는 강력한 여성에게 남성들이 도전하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그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도미닉 커밍스 총리 수석 보좌관의 외모에 대해 "그들은 평범함을 넘어 꾀죄죄하다"라며 그러나 이러한 남성 의원들에 대한 외모 평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브레이빈 의원은 "결국 나를 향한 외모평가는 성차별과 구분할 수 없다. 실제로 '창녀 같다', '모유 수유를 하다 왔냐', '헤프다'는 평가는 성적 희롱이었으며 분명 선을 넘는 말이다"고 했다.

그녀는 "나는 내 지역구를 대표하는 사람이자, 자신이 고른 옷을 자유롭게 입는 것이 당연한 여성을 대표하는 사람이다"며 "이를 문제 삼는 건 분명한 성차별이다"고 주장했다.

브레이빈 의원은 "그날 내가 하원에서 진행한 발언의 내용은 존슨 행정부가 브렉시트 계획을 발표하기 전 주요 매체의 언론인을 퇴장시킨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며 "이 중요한 내용이 의상으로 인한 논란에 묻혔다"고 불만을 표했다.

노동당 예비내각의 문화부 장관을 맡은 브레이빈 의원은 정계 내 성차별 문제에 대해 꾸준히 발언해 온 인물이다. 그녀는 지난해 12월 총선 직전 당 주요 관계자들이 여성 의원들을 대상으로 차별 운동을 펼쳤다며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브레이빈 의원의 의상을 놓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대체 왜 어깨를 내놓고 노동당을 대표하고 나섰냐"며 비난을 하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들은 "단정하고 깔끔했으며 격식 있는 파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차림새다. 엄청나게 화려하지도 노출이 심한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이렇게 유난을 떠는지 모르겠다. 이럴 시간에 남성의원들 옷이나 좀 갈아입으라고 해라"며 반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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