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섬 음식 발굴·기록한 요리연구가의 ‘맛있는 인생’
이윤지 기자
journalist-lee@daum.net | 2025-07-01 09:41:41
[시사투데이 = 이윤지 기자] 내년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라는 주제로 ‘2026 여수 세계 섬 박람회’가 개최된다. 여수의 섬들이 무대가 되어 다채로운 해양 및 섬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며, 섬 문화를 널리 알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여수시가 365개 여수 섬 음식을 세계에 알리고자 지난해 8월 ‘여수시 섬 음식 백서’를 출간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10년간 여주 섬을 드나들며, 섬 음식을 발굴·기록·재현해 온 ‘여수향토요리문화학원 김명진 원장’이 있다.
경남 산청이 고향인 김 원장은 간호사로 평범한 직장생활을 영위하다 2008년 연고도 없던 여수에 정착했다. 평소 ‘요리 솜씨가 수준급’이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고, 2009년 무주요리대회 입선을 계기로 40대 후반 요리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주경야독하며 자격증을 취득했고, 2012년 전남개발공사가 위탁 운영하는 여수경도리조트 인턴으로 입사해 4급 조리장까지 3년 6개월을 근무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늘 배움에 목말랐고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한 채 대학에 입학했다.
하루에 4시간 이상 잠을 청해본 적이 없을 만큼 학문에 심취한 김 원장은 전남과학대 김치호텔발효학과, 남부대학교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했으며, 남부대학교 교육대학원 조리교육전공 석사학위 취득, 현재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런 그녀는 본인이 터득한 지식을 나누고자 남부대학교 호텔조리학과 겸임교수로서 후진양성에 정성을 쏟고 있으며 대학, 평생학습센터, 문화원, 농업기술센터, 아동센터 등에서 교육·강의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해왔다.
또한 2016년부터 여수향토요리문화학원을 운영하며, 여수에서 생산되는 최상의 식재료와 다양한 조리법을 선보여 수강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김 원장은 “아는 것이 힘이란 신념으로 만학의 열정을 불태우며 깊이 있게 공부했고, 요리에 대한 이론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며 “후학들이 ‘미치지 않으면 다다르지 못한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자세로 기능만큼 학문도 겸비하길 바람”했다.
그 결과 김 원장은 ‘2015 인도 보리배 대회 금상’, ‘2016 전국 굴비요리 경연대회 은상’, ‘2016 여수 향토음식경연대회 문화체육부장관상’, ‘2016 대한민국 김치경연대회 우수상’, ‘2017 카빙경연대회 장관상’, ‘2017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 국무총리상’ 등을 수상하며 그간의 공로를 높이 인정받았다.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녀가 탄탄대로만 걸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혈연·지연·학연이 없는 지역사회에서 이방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여수의 맛을 배울만한 곳도, 가르쳐 준다 손 내미는 사람도 없었다.
바다에 앉아 서럽게 울던 수많은 밤들을 보내고 무작정 찾은 곳은 ‘여수의 섬’이었다. 2016년부터 매주 섬을 오르내리며 만난 어르신들에게 이제 그녀는 누구보다 반가운 손님이다. 따뜻한 밥상을 마주하며 김 원장은 섬 고유의 음식을 발굴·재현해왔다. 실제 그녀가 찾아낸 섬 향토음식은 무려 250여 가지에 달한다.
김 원장은 “그동안 조사하고 채록한 자료들을 갈무리해서 ‘맛 추억에 물들다’라는 제목으로 출판하려 했지만 여수시가 ‘2026년 세계 섬 박람회’ 개최를 준비하던 시기와 맞물려 협업하게 되었다”며 “여수시 섬 음식의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보존·계승하여 전 세계에 소개하고자 ‘여수시 섬 음식 백서’를 발간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그녀는 지속적인 나눔에도 열성적이다. 남다른 애향심으로 고향 산청에 ‘커피콩 빵 4천개’, ‘김치 100박스 기부(360만원 상당)’, ‘홀몸노인 위한 반찬 100인분 기부’ 등을 전달하고, 여수시 취약계층을 위한 ‘독거노인 삼계탕 대접’, ‘취약계층 밑반찬 기부’, 금오도 섬 마을에 1천만 원 상당의 물품을 기탁함이 일례다.
김명진 원장은 “‘여수시 섬 음식 백서’를 넘어 ‘전라남도 음식 백서’를 집필하고, 남도의 맛을 역사서로 남기고 싶다”며 “베풀기를 좋아하고 학문에 열정적이었던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한편, 여수향토요리문화학원 김명진 원장은 여수시 일대 섬들의 음식문화 연구·집대성을 통한 향토요리 보전에 헌신하고, 요리법(레시피) 개발 및 후진양성을 도모하면서, 이웃사랑 실천과 기부문화 확산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5 대한민국 신지식경영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시사투데이 / 이윤지 기자 journalist-l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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