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현 고유섭 선생’의 미학과 사상 전파에 ‘온 힘’

이윤지 기자

journalist-lee@daum.net | 2025-07-01 10:57:50

                                         又玄(우현)민간단체 김선학 대표

[시사투데이 = 이윤지 기자] 호(又玄)와 이름(裕燮)처럼 신비롭고도 불꽃과 같이 살다 간 한국 미술사의 '큰 별'. 일제 식민통치라는 암울한 시대에 오로지 한국미술사 연구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다 광복 1여 년을 앞두고 마흔이라는 젊은 나이에 타계한 우현(又玄) 고유섭(高裕燮, 1905~1944) 선생.

‘미학을 바탕으로 미술사를 연구한 우리나라 최초 미술사가, 시대를 앞서 간 한국미술학사의 선구자,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외로이 밝힌 미술사학자, 한국 근대 미술사의 아버지, 인천이 낳은 위대한 문화독립운동가’ 등 그 어떤 수식어도 선생을 표현하기에 모자라다.

특히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직접 태극기를 그려 동네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함께 거리로 나와 만세를 불렀던 일화는 어린 시절부터 피어오른 애국심과 민족정기를 높이기 위한 선생의 간절함과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선생의 활동 시기가 대부분 일제 강점기였고, 해방 1년 전인 1944년 요절하며 우현 고유섭 선생에 대한 고증뿐만 아니라 학문세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민간차원의 추모 사업 등도 미흡했다. 

바로 그 점에서 우현 고유섭 선생의 미학과 사상을 대중화하고, 나아가 ‘K-ART 세계화’를 꿈꾸는 ‘又玄(우현)민간단체 김선학 대표’의 발자취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그는 선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했다. 국내 굴지의 디자인업체 계열사에 몸담으며 미술기획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중국으로 건너가 17년간 머물며 (사)한중문화협회 상하이지부 부회장을 맡아 민간 차원의 문화예술 교류에 정성을 쏟아왔다.

모든 일은 우연이자 필연처럼 다가왔다. 고향에 계신 모친이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김 대표는 어머니가 작고하시며, 중국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코로나 19가 확산되며 발목을 잡았다.

김 대표는 “그림을 하는 친구가 ‘인천지역의 미술 인프라가 열악해 서울에서 전시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려줬고, ‘고향에서 규모가 큰 갤러리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지난 2019년 5층 건물을 매입, 우현(又玄) 고유섭 선생의 생가 터 역시 인근에 위치하며 2020년 인천 중구 갤러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우현문(又玄門) 갤러리’를 개관했다. 그러나 콜렉터 문화가 부재한 인천에서 상업 갤러리 운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그는 갤러리 운영뿐만 아니라 우현 고유섭 선생을 조명하고자 2021년 8월 비영리 민간단체를 창립했다. 사업 기획에는 김 대표의 고모부이자 동국대학교 고건축학과 교수를 역임한 김동현 교수의 영향이 컸다.  

김 대표는 “당시 시대상황에서 우현이야말로 진정한 문화 독립 운동가였다고 칭송하시며, 식민지 시대 한국 미술사와 미학연구에 업적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하셨다”면서 “이후 우현 선생에 대해 공부하며 추모 사업에 폭과 깊이를 더해왔다”고 밝혔다.

실제 그는 ▲우현문 아카데미 설립(2020) ▲우현 고유섭 연구회 출범(2021) ▲비영리 민간단체 창립(2021) ▲우현 고유섭 추모제 개최(2021~2025) ▲우현 고유섭 추모작가전(2021~2024) ▲제물포 우현 문화제 추진위원회 조직(2023) ▲우현 고유섭과 함께하는 제물포구 출범 문화예술제 개최(2025) 등을 착착 진행해왔다.

특히 김 대표는 2020년부터 사재를 출연해 지역 작가들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열었다. 지금까지 약 1천 명의 작가들이 우현문(又玄門)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대다수 사람들이 잊힌 골목에 5층짜리 갤러리를 연 그를 무모하다고 했지만 6년째 우직하게 문화예술을 꽃피우고 있다.

이처럼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걷다보니 큰 반향도 일어났다. 2024년 4월 인천 중구는 고유섭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생가인 인천 용동 일대 구간에 명예 도로명 ‘고유섭 길’을 부여했다. 올해 2월에는 ‘우현 고유섭 선생 답사길’ 조례안이 통과됐으며, 지역을 중심으로 토론회·세미나 등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김선학 대표는 “6년간 ‘우현 고유섭 선생’의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시민참여를 이끌어내고자 고군분투 해왔다”며 “토대가 마련된 만큼 향후 고유섭 선생의 미학을 근간으로 ‘K-ART’를 세계화함이 목표”라고 포부를 전했다.

한편, 又玄(우현)민간단체 김선학 대표는 ‘문화독립운동가 우현 고유섭 선생’의 사상 전파를 통한 미학적 정체성과 시민의식 고취에 헌신하고, 아카데미 및 갤러리를 설립·운영하면서, 문화예술 발전과 저변확대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5 대한민국 신지식경영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시사투데이 / 이윤지 기자 journalist-l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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