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강관세 폭탄 예고…삼성·LG 가전업계 '비상'
이윤재 기자
sisa_leeyj@naver.com | 2025-06-13 15:06:31
삼성전자 'AI 가전 3대장' 에어컨·냉장고·세탁기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사투데이 = 이윤재 기자] 철강 제품뿐 아니라 철강으로 만든 파생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된 철강에도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 상무부는 12일(현지시간) 연방 관보를 통해 50% 철강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철강 파생제품 명단에 제품을 추가했다.
추가된 제품에는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냉동고, 조리용 스토브, 레인지, 오븐,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등이 포함됐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철강으로 만든 파생제품에도 철강 함량 가치를 기준으로 25% 관세를 부과했다.
특정 제품에 사용된 철강의 가치를 따져 거기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일부로 철강과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를 50%로 올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가전기업들이 미국에서 세탁기 등 일부 제품을 생산하기는 하지만 한국과 멕시코 등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이 상당해 이번 관세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추가된 제품에 대한 관세는 오는 23일부터 적용된다.
관세 사정권에 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는 즉각 영향 분석과 대응 방안 검토에 나섰다.
두 기업 모두 미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으나, 현지 생산은 세탁기 등 일부 제품에 국한돼 있다. 이 외 주요 제품은 한국, 멕시코, 베트남 등에서 생산돼 미국에 수출하기 때문에 관세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담당 사업부를 중심으로 영향을 면밀히 분석 중"이라며 "다각적인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B증권에 따르면 이번 추가 관세 부과가 발표된 항목들의 대미 수출액은 2024년 연간 기준으로 36억달러로, 전체 대미 수출의 2.8%를 차지한다. 품목별로 냉장고의 비중이 높고, 이어 건조기와 세탁기 순이다.
다만 한국 가전업체들은 멕시코 공장을 이용해 미국에 수출(2억4천만달러)하는 비중이 높아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금액은 약 38억4천만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의하면 올해 1분기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매출 기준 합산 점유율은 42%에 이른다. LG전자가 21.2%로 1위, 삼성전자가 20.8%로 2위다.
가전제품은 철강 비중이 큰 제품군인 만큼, 이번 관세 강화는 제조원가 상승과 함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각 기업은 관세 대응을 위한 생산 거점 재편에 나선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TV·가전 분야 관세 대응책과 관련해 "프리미엄 제품 확대를 추진하고 글로벌 제조 거점을 활용한 일부 물량의 생산지 이전을 고려해 관세 영향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세탁기, 건조기 물량을 테네시 공장으로 점진적으로 이전함으로써 미국향 가전 매출의 10% 후반 수준까지 현지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전 세계 생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스윙 생산 체제'를 통해 지역별 관세에 맞춘 유연한 생산 조정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 기업과 협력사 대표 및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외 영향을 살펴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전업계 공동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지속해 운영하면서 가전 기업과 중소·중견협력사들의 영향을 점검하고 지원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시사투데이 / 이윤재 기자 sisa_leey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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