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고심 끝에 '조국 사면' 최종결정…국론통합 숙제
이윤재 기자
sisa_leeyj@naver.com | 2025-08-11 17:09:39
[시사투데이 = 이윤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고심 끝에 '논란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조기 특별사면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지지층 다수의 요구와 국정동력 확보를 위한 범여권 통합 등의 효과를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간을 끌수록 오히려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단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중도층은 물론 지지층 내부 여론에서도 다소의 균열이 감지되고 있어, 국론 분열이 재발하지 않도록 빠른 봉합을 위한 지도력 발휘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11일 오후 국무회의를 열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을 확정했다.
국무회의 의결로 조 전 대표와 정경심 전 교수, 윤미향·최강욱 전 의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다수의 정치인이 사면됐다.
광복절 특사 준비 작업이 막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조 전 대표 등을 사면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조국혁신당을 비롯해 조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윤석열 검찰'에 대한 문제의식이 깊은 이 대통령이 곧바로 사면에 나서 주리란 기대를 품었다.
반면 새 정부가 완전한 틀을 갖추기도 전에 진영 간 극명한 논란의 중심에 선 인사에 대한 사면이 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았다.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이번 사면 대상이 된 인사 상당수가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데, 이 대통령이 그간 당내 친문 인사들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둬 왔다는 시선도 이런 예상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정치권의 이런 조심스러운 예상을 벗어나 상대적으로 큰 폭의 정치인 사면을 단행했다.
애초 12일로 예상됐던 국무회의를 하루 앞당겨 연 것 역시 사실상 결심을 굳힌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는 이 대통령 특유의 좌고우면 없는 '정면 돌파'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이런 결정의 배경에도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논란이라면 일찍 털고 가는 게 낫다'는 판단이 깔렸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개혁론을 공유하는 지지층 내에 조 전 대표 사면 여론이 형성돼 있는 데다 시민사회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사면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으로서는 사면 요구 자체를 계속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광복절 특사를 넘긴다면 연말 성탄절 혹은 신년특사에서 같은 안건을 다뤄야 하는데, 이 경우 자칫 내년 지방선거 개입 논란으로까지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인식도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임기 초 권력기관 개혁 등을 추진할 국정 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와 조기 대선에서 지지를 보낸 범여권 세력의 '청구서' 계산을 마치고 '헌법 수호 세력'의 통합 및 확장과 협조를 요구할 명분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사면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불필요한 논란은 최소화하면서 여권 통합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다만 우려했던 대로 역효과도 가시화하고 있어 대통령실은 여론 추이를 주시하는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8일 전국 18세 이상 2천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56.5%로 6.8%포인트 떨어졌다.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급락한 원인 중에는 조 전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의 사면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리얼미터 측의 분석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여전히 조 전 장관 등에 대해 품고 있는 '불공정', '내로남불' 정서가 이 대통령의 국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지지층 내 일부 조 전 대표 사면 반대론자 가운데서는 불만을 토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사면 이후의 중도·보수층 여론을 달래고 내부 지지층의 분열을 막는 '이중의 통합'이 향후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금주 중 이어지는 80주년 광복절 행사, 치르지 못한 취임식을 갈음하는 국민 임명식 행사 등을 계기로 설득력 있는 '통합의 메시지'를 내놓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시사투데이 / 이윤재 기자 sisa_leey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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