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치’ 기법으로 ‘한지조형 작품’의 예술적 가치 드높여
이윤지 기자
journalist-lee@daum.net | 2025-10-31 08:55:00
[시사투데이 = 이윤지 기자] 전통 한지의 물성에 새로운 조형미를 불어넣는 ‘손맛’이 압권이다. 섬세한 손길이 닿을 때마다 거미줄이 엉킨 것처럼 한지의 섬유질이 두드러진다. 물에 적신 한지 몇 장을 겹쳐 주무르고 비비는 ‘줌치’ 기법으로 가죽 같은 재질감이 생성됐고, 기존과 전혀 다른 소재이자 작품을 구현했다.
그 농축된 기량 위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한지예술의 대중화에 주력하는 인물이 있다. 경기도 평택시에서 작업실 겸 교육·전시공간으로 ‘정은희 한지갤러리’를 운영하는 ‘정은희 한지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전남 목포 출신의 정 작가는 충남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서울과 평택에서 수학 강사로 일하다가 한지공예에 입문했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지만, 한지의 매력에 빠져들어 30년 가까이 전업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돌이켜 보면, 대학원에 진학한 것이 ‘줌치 한지 작가’로 성장하는 전환점이 됐다. 한지공예를 시작한 이래 다수의 상도 받았던 그녀는 2009년부터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한지미술과) 석사과정을 밟고, 더욱 전문적인 지식과 기량을 쌓았다.
여기서 정은희 작가는 유봉희 교수로부터 전통 한지공예 기법인 ‘줌치’를 활용한 표현방식도 배웠다. 나아가 자신만의 줌치 기법으로 수제 한지를 제작하면서 한지의 물성과 조형미를 강조한 작품 활동에 천착해왔다.
정 작가에 따르면, 한지는 단순한 종이를 넘어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소재다. 그 고유한 가치에 새로운 생명력을 입히는 작가의 손맛과 감성을 얹어 ‘줌치 한지’가 만들어진다. 이에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고, 오랜 경험에서 우러난 작가의 관록이 요구된다.
결국 줌치 한지는 정은희 작가가 세상과 소통하는 ‘조형언어’이고, 삶의 연장선인 창작의 과정을 응축해 담아내는 매개다. 이로써 그녀는 다양한 한지조형 작품을 선보이며 ‘마음을 심다’, ‘한지와의 소통’, ‘Enjoying Hanji’, ‘어우러紙다’, ‘한지를 짓다’, ‘한지의 손맛을 만나다’ 등 주제로 8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또한 ‘예원한지조형회 정기전-새로운 모색전’, ‘대한민국한지대전 초대작가전’, ‘전국한지공예대전 초대작가전’, ‘세종대학교 세종뮤지엄갤러리 기획초대전’ 등 다수의 단체전·초대전·아트페어에 참여하며 한지의 조형적 확장 가능성을 널리 전하고 있다.
특히 벽면 장식과 조명, 공간 오브제 등 실용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작품들은 한지 사이 스며든 빛과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선사하며, 한지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런 정은희 작가는 ▲대한민국한지대전, 전국한지공예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전통공예) 심사위원 ▲예원예술대학교 한지공간디자인학과 객원교수, 한지테마파크 한지아카데미 강사 ▲꿈꾸는 한지 연구소-꿈의 학교 대표 등을 역임했다.
그러면서 창작 및 전시 활동과 더불어 한지예술의 저변 확대를 위한 교육에 꾸준히 힘써왔고, 현재 ‘정은희 한지갤러리’를 운영하며 ‘예원한지조형회 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정 작가는 “줌치 기법으로 한지의 물성과 조형미를 가장 잘 표현한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다”며 “전통 기법을 승화시켜 현대적인 한지공예의 가치 제고와 가능성 확장에 끊임없이 정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줌치 한지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다”며 “줌치 한지를 활용한 조형예술의 대중화를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은희 한지작가는 ‘줌치’ 기법을 통한 한지공예 창작과 전시 활동 전개에 헌신하고, 한지예술 대중화를 도모하면서, 한지공예 작품의 예술적 가치 제고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5 대한민국 사회공헌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시사투데이 / 이윤지 기자 journalist-l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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