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실천하는 교도소 김영숙 선생
박정하
news25@sisatoday.co.kr | 2005-10-06 13:04:29
김영숙 씨는 1984년 2월초 안양교도소가 재소자를 위한 검정고시 교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교도소 문을 넘은 것이 인연이 돼 21년7개월째 매주 한번씩 이뤄지는 영어 성경 수업을 한해의 중단도 없이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그녀가 가르친 재소자만 해도 2000여 명에 이른다.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한 그녀는 40대까지는 평범한 주부였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대학 시절 기독교 서클에서 봉사 활동을 했던 경험을 살려 교회에서 주최하는 크고 작은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의 첫인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 상으로 인자함이 얼굴 가득 배있다.
차갑게만 생각되는 교도소 강단에 서 있는 그녀는 마침 자신의 집에서 아들들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아주 편안해 보였다.
9월1일 새로운 달의 시작이자 긴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는 첫 날 검정고시에 합격해 졸업한 학생도 있고 새로 수업에 참석한 학생들도 있어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실안 재소자들의 이름을 한명씩 호명하며 이루고 싶은 꿈이나 앞으로의 계획을 꼼꼼히 챙기는 그녀의 모습은 자식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어머니 같다.
본격적인 수업으로 들어가기 전 그녀는 칠판에 ‘목표(目標)’라는 한문을 크게 적는다.
“목표를 가져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 목표를 세우고 노력한다면 이룰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재소자들에게 큰 꿈을 가지라고 말한다.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그녀다. 실제로 그녀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 박사학위 취득이라는 큰 꿈을 이뤘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꿈을 갖고 노력한 결과라며 그녀는 환하게 웃는다.
그녀가 21년 동안 수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자신감 회복이다. ‘ㄱ, ㄴ’도 몰랐던 재소자들이 교육을 받아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자신감을 얻어 중학교 교육에 재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은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사회는 ㄱ, ㄴ도 모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많은 제한이 있다.
이러다 보니 출소해 새로 마음을 잡고 일자리를 찾아 보지만 그들을 받아 주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아 다시 죄를 짓고 교도소를 찾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김영숙 씨는 이런 재소자를 볼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다.
21년이라는 세월을 같이 한 안양교도소는 김영숙씨에게 있어 생활에 일부분이자 집과 같은 편안한 곳이다.
재소자 전부가 가족 같다고 말하는 그녀는 재소자를 위해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던 중 1990년 가정문화원이라는 가정문제상담소를 열었다. 교도소 교육 봉사를 하면서 범죄 원인의 상당 부분이 불행한 가정에서 빚어진다는 사실과 많은 재소자들이 밖에 남은 가족 걱정이 크다는 점을 염두했다.
그래서 재소자의 자녀들을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을 연결시켜 주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등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범죄와 관련해 1년에 약 100차례씩 강의도 직접 하고 있다.
그녀는 그간의 봉사에 대한 공로로 지난해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인데 이런 큰 상을 주셔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 같다며 자신의 힘이 다하는 그날까지 교도소 봉사는 계속 할 예정이다”고 말한다.
김영숙 씨는 일반 사람들이 재소자들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 사랑을 나눠 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는 그녀의 바람이 꼭 이루어 지길 기대해 본다.
박정하 기자
[ⓒ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