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서예를 문화의 한 장르로 승화
김오경
news25@sisatoday.co.kr | 2005-10-10 15:34:25
옛날에는 선비들이 붓글씨를 쓸 줄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출세를 위한 과거시험도 볼 수 없었고, 소식을 전할 편지도 쓸 수 없었다. 때문에 서예는 글귀 꽤나 읽을 줄 아는 양반이라면 갖추어야 하는 필수덕목 중에 하나로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현대에 와서의 붓글씨, 일명 서예는 전통미술로서 개개인의 취미생활로 주로 이용되고 있다. 컴퓨터가 발달되면서 손으로 직접 글을 쓰는 수고를 덜게 되어 자연스레 서예와도 멀어지게 되었지만, 요즘에는 글을 쓴다는 차원을 넘어서 서예가 순수예술로 일반사람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서예협회의 설립목적 세계속의 서예로 발전시켜야
서예의 발전과 권익 보호를 위해 89년도에 (사)한국서예협회(이사장 전명옥 hyeob.or.kr) 가 설립되었다. 서예의 국제적 교류 및 진흥 발전을 도모하고 저변확대, 정부정책에 있어서의 서예에 대한 배려, 교육적인 면에서 서예 역할 증대와 더욱 포괄적으로는 국민 전체적인 평생교육, 정서순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서예대전’이라는 공모전을 금년까지 17회를 치러왔다. 타 단체와 다른 면으로 공모전이 현대서예와 서각 부문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현대서예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삶을 서예 작품에 그대로 표현해보자는 데에서 요즘 많이 이용되고 있다. 서각은 나무에 서예작품으로 각을 하는 것으로 전통적인 서예를 각한 것과 회화적인 작품을 각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서예협회는 전통미술에 속하는 서예를 전통미술이면서 가장 현대화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전통미술로서 서예를 가지고 세계 속에서 경합하고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길을 모색 중이다.
-교육과정 입안위한 보조 절실 창의력 교육의 효과 연구
협회 역할 중 교육적인 면에서 학교의 교과과정에 있는 서예는 짧은 경험으로만 지나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적인 분위기도 학생들이나 학부형들이 컴퓨터, 영어교육 등에는 아주 열정적인데 서예에는 관심이 없다. 전 이사장은 “일선에 계신 선생님 얘기를 들어보면 서예 수업을 할 때 먹을 이용하기 때문에 교실도 버리고 아이들 옷도 버리게 돼서 될 수 있으면 별로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 안타까움을 보였다. 지금까지의 서예교육은 옛날 방식의 교육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림 같은 경우는 아동심리와 창의력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많이 발달되어 있고 제도적으로도 뒷받침이 되고 있지만, 그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서예에 대해서는 정부정책자들에게 얘기를 해도 큰 관심이 없다고 한다. 전 이사장은 “이런 것들을 앞으로 협회에서 연구하고 현장에서 실험해보고 어느 정도 성과가 있으면 교육정책 입안자들에게 그 효과를 인정받고 교육과정에 넣어달라고 할 계획”이라며 욕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서예를 배움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도구적인 부분은 개선을 통해 편하게 서예를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한다. 우리 먹의 특성상 탄소성분 때문에 한번 말라버리면 천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 우수성을 가지고 있어 옷에 묻으면 잘 지워지지 않는다. 이러한 면에 있어서 아동교육에는 먹 대용으로 잘 지워지는 다른 것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인내심과 감정표출 필요한 세대 문화발전 함께해야 선진국가
전 이사장은 얼마 전 발생한 군대 내 총기난사사건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군대에서 그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은 요즘 젊은 세대들의 참을성 부족과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의 부재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 이사장은 “군대에서도 정신교육으로 서예를 시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며 “서예를 하면 인내심이 길러지고 감정을 종이 위의 붓으로 표출시킬 수 있어 불만이 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해서 군에 기획안을 만들어 의견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민 소득이 높아진 것만으로는 한 쪽이 부족하기 때문에 혼란과 부작용이 심할 것이다. 다시 말해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 국가에서 말로는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지식정보의 시대’라고 하지만 사실 문화적인 부분에 국가정책면에서 투자가 매우 빈약하다. 상당한 계획을 가지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해도 민간단체에서 진행하기에는 재정적인 문제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두뇌발달에 기여해 치매에도 효과 서예발전 토대구축에 관심 기울어야
요즘 젓가락을 많이 이용해서 두뇌개발에 기여하고 있는데 서예의 경우도 손가락을 많이 이용하는 작업이다. 때문에 어릴 때부터 교육이 이루어지면 두뇌개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서예는 붓으로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영어뿐만 아니라 어떤 언어든 전부 가능하다. 한글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쓸 수 있고 변형시킬 수 있어 창의력 발달에도 도움 된다. 초등학교 교육에서도 창의력과 인내심을 기를 수 있는 교육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고령화시대가 되면서 어르신들 치매 등으로 사회적인 비용이 많이 들 것이다. 노인보호요양제도를 실시하고, 경제 활동인구는 줄고, 국가에서 보호해야할 인구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 이사장은 “지금부터라도 평상시에 서예를 지속적으로 교육시킨다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어 사회적 비용 절감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노년 들어서 보람된 일도 하고 집에서 자연스레 아이들도 보고 배우게 되어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한다.
협회에서는 인터넷으로 ‘독도사랑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후원을 받고자 관련단체에 연락했지만 후원명칭만 승인을 받고 나머지 가장 필요한 보조는 받지 못해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행사에서 배출된 작품들은 기존에 접해보지 못한 독특하고 창의력이 넘치는 색다른 작품들이 많다. 이 외에 광복 60주년을 맞아 ‘길거리 깃발전’ 기념사업을 하기위해 정부단체와 접촉을 했는데도 결국에는 채택되지 않아 다른 방안을 구상 중에 있다. 전 이사장은 “이런 행사를 함으로 해서 국민 정서 순화와 서예가 배출 등이 이루어지고 세계적인 대가가 양성되어 국가 홍보와 위신이 설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인식하고 토대를 갖춰 관심을 많이 갖고 배려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 만들어 대중과 함께 숨쉬어야 할 것
전통적인 서예가 어떻게 하면 세계 미술시장에서 다른 장르와 경쟁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서예를 통한 체계적인 작가 배출로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선생과 같은 세계적인 대가가 나올 수 있도록 교육 및 사회분위기, 서예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 이사장이 말하는 우리나라가 전통문화에 대해 관심이 낮은 이유로 “내부적인 문제로 시대가 변할 때 시대적인 변화를 선도하지 못한 것, 사회적인 분위기가 누구나 새롭고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데에만 치중해 미래를 위한 전통문화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다는 것”을 꼽았다. 우리나라의 IT산업과 디지털 혁명은 시대에 맞게 잘 받아 들여져 세계적으로도 앞서가고 있지만, 지난 날 산업혁명은 무시해서 일본에 뒤쳐지고 있는 것처럼 문화도 시대적인 변화를 전통문화로 선도하지 못해서 지금과 같은 문제가 생기게 된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좋은 것을 빨리 세계화시켜서 양대 축이 같이 발전해 우리만의 특색 있는 문화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국가에서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말만 할 뿐, 직접적으로 전통문화를 살려주려는 노력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전 이사장은 “전국 관공서 및 각종 기관단체의 현판을 서예작품으로 제작하여 그 자체가 예술이 되고 세월이 가면 문화재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지난 번 광화문처럼 나중에 문화재가 되고 사회적인 분위기 자체도 문화적이 될 것”이라며 가깝게는 개인의 명함도 자신이 붓글씨로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면 문화적으로 훨씬 풍부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이 문화는 사람들이 많이 보고 쉽게 접하도록 만들어야 친근해지고 익숙해지는 법이다. 요즘은 문화와 예술 자체가 권위화 되어버려서 일반 국민들의 발걸음이 머물지 않는 것이다. 전통문화에 대한 활발한 지원과 관심 속에서 대중과 함께 숨쉴 수 있는 서예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쳧
김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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