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따뜻한 사랑 실천하는 '우산 할아버지' 김성남 씨

관리자

news25@sisatoday.co.kr | 2006-08-25 15:13:15

김성남 할아버지

26년째 소박한 비밀우산처럼 그러나 가슴 따뜻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할아버지가 있어 화제다.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앞에서 우산으로 가득 찬 작은 컨테이너를 지키고 있는 김성남 할아버지(76).

할아버지는 고장이 나서 버렸거나 사용하지 않는 우산을 수거해 손수 수리한 후 우산이 필요한 이들에게 빌려주고 나눠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일명 ‘우산 할아버지’라고도 불린다.

“장마철 같을 때에 제일 고마운 게 튼튼한 우산 아닌가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신이 나니까 이 일을 하는 거죠.”

할아버지가 이 일을 시작한 때는 1980년 지하철 2호선 성내역 옆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면서부터. 비만 오면 역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 안타까워 한 개 130원 하던 비닐우산 300개를 구입한 후 무료로 빌려준 게 봉사의 시작이었다.

“지하철역 앞에 보관대를 만들고 ‘무료로 우산 빌려드립니다’는 현수막을 내걸었어요. 사람들이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그 뒤로 헌 우산, 망가진 우산만 보면 고쳐서 보관대에 꽂아두었지요.”

1981년 경비원을 그만두었지만 봉사는 계속됐다. 88년 성남으로 이사한 후에는 분당 야탑역 부근에서 우산을 수리했고, 지난해부터는 서울 서초구청 안에 마련된 우산수선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대문, 청계천 등의 상가에서도 우산 부속품을 구하기 어려워 재활용 집하장을 돌며 버린 우산을 수집, 부속품을 떼어내느라 일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그는 몸이 힘든 것보다 우산을 쉽게 버리는 세태를 더 안타까워한다.

“우산에서 살 하나 빠지거나 끈이 조금만 떨어져도 우산을 그냥 버리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요즘처럼 어려운 살림살이에 우산 한 개 값만 아껴도 얼마예요. 작은 걸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는 또 겨우내 버려진 우산, 주민들이 안 쓴다고 가져온 우산을 부지런히 모아 말끔히 수리한 뒤 어려운 이웃에게 선물하는 것도 거르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독지가로부터 받은 새 우산 1000개(500만원 상당)를 분당구청에 기증했다. 또 동네에서 수거한 고장난 우산 2000개를 일일이 수선해 성남시내 각 동사무소에 50개씩 전달했다. 구청은 1000개의 우산을 성남시 소년소녀가장 230가구와 분당구 독거노인 등 저소득층 770가구에 전달하고, 동사무소들은 주민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비치할 예정이다.

하루에 우산 70~80개씩 20년 넘게 ‘우산 수선과 대여 봉사’를 해 온 할아버지는 “갑자기 쏟아진 장맛비에 놀란 사람들이 기쁘게 우산을 받아갈 때가 가장 흐뭇하다. 우리 동네 우산 만큼은 내가 책임질 수 있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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