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불교조각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
정명웅
news25@sisatoday.co.kr | 2009-03-05 11:38:55
17세기 불교조각 『청룡사 석(石) 지장시왕상』이 서울시 문화재가 된다.
서울시는 5일 종로구 숭인동 청룡사 명부전에 소장된『청룡사 석(石) 지장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22점과, 노원구 기원사 및 도선사가 소장한『불상 및 불화』5점, 농업박물관 소장『농기』4점, 서울특별시 향교재단 소장『양천현 홀기(笏記, 조선시대 경기도 양천현 관내의 제반 제사 및 의식의 진행요령을 적은 것)』등 총 9건 36점의 문화재를 서울시 유형문화재 및 문화재 자료로 각각 지정했다.
『청룡사 석(石) 지장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은 지장삼존상과 지장시왕상, 사자․ 판관 등의 권속 총 22점으로 구성됐고 모두 돌로 만들어졌다.
지장시왕상 중 제1대왕인 진광대왕의 복장에서 나온 조성기록에 의하면 이 불상은 1660년에 동학산(현 경북 경산 소재) 용밀사(龍密寺, 현재 폐사)에서 당대 최고의 조각승 승일(勝一) 스님이 조성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지장삼존상은 지장보살상을 중심으로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이 협시하는 형태이고 지장삼존상 좌우 불단에는 시왕상과 권속들이 배치되는데 왼쪽에는 제 1·3·5·7·9대왕이 오른쪽으로는 2·4·6·8·10대왕이 배치돼 있다. 왕관 모양의 관을 쓰고 있는 시왕상들은 나무로 만든 의자에 앉아 홀을 잡고 있으며 이들 중 제2․5대왕은 홀 대신 책을 들었고 제8대왕은 반가상을 취하고 있다. 이 지장삼존 및 시왕상은 조성기가 있어 조성시기 및 조성화원, 시주자 등을 명확히 알 수 있고 조성당시의 원형이 완전하게 남아 있다. 22점 전체를 석재로 일괄 조성한사례는 현존하는 것으로는 매우 드문 형태라는 점과 조선시대 불교 조각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또 서대문구 농업박물관이 소장한 논산 주곡농기, 강진 용소농기, 서산 덕지천농기, 김제 신풍농기 등 일제강점기에 사용했던 <농기> 4점을 서울시 문화재자료로 지정했다. 이 농기들은 주로 농촌에서 두레 노동기간 내내 일터에 세워두고 두레패들이 사용하였던 농기이다.
농기는 일반적으로 천으로 만들어 야외에서 사용하고 주로 마당에서 보관했기 때문에 비바람에 쉽게 노출돼 보존이 용이하지 않다. 그간의 농기들이 소멸되거나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인데 반해 이 농기들은 원형 보존 상태가 매우 좋은 편이다.
많은 농기들이 ‘농자천하지대본’ 식의 동일한 형식과 내용인데 비해 이 농기는 용이 그려진 ‘용기(龍旗)’의 전통과 ‘신농유업(神農遺業)’ 의 고제(古制)를 잘 따르고 지네발을 사용하는 등 형식과 내용면에서도 매우 우수하다. 또 두레가 일찍이 소멸되자 농기도 두레와 더불어 사라져 현재 유물이 매우 희소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서울시 문화재자료로 지정됐다.
※ 지장삼존상 : 지장보살과 좌우에 협시하는 도명존자, 무독귀왕을 지칭
※ 지장시왕상 : 시왕은 죽은 뒤의 세계인 명부(冥府)에서 죽은 자를 재판하는 10명의 대왕, 즉 진광대왕(秦廣大王)․초강대왕(初江大王)․송제대왕(宋帝大王)․오관대왕(五官大王)․염라대왕(閻魔大王)․변성대왕(變成大王)․태산대왕(泰山大王)․평등대왕(平等大王)․도시대왕(都市大王)․오도전륜대왕(五道轉輪大王) 등의 총칭이다.
※ 복장 : 불상을 조성하고 나서 불신력을 상징하는 사리, 다라니, 경전, 조성기 등 유물을 불상의 배 안에 봉안하는 것을 말한다.
※ 두레는 한국 농촌사회에 있어서의 전통적인 공동노동 가운데 하나로, 농촌에서 주로 모내기나 김매기 때와 같이 1년 중 가장 바쁜 이앙기를 중심으로 대규모의 노동력을 집약적으로 투입해야 할 때 행해졌다.
정명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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