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금융사기, 신종 수법 진화 백태

박주환

news25@sisatoday.co.kr | 2010-03-12 00:38:56

여론조사, 이벤트 당첨, 방송 퀴즈상품 등 갈수록 진화 전화금융사기 피해 성별현황 그래프(2009년)

[시사투데이 박주환 기자]

40대 여성 A씨는 ‘말레이시아에서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게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말레이시아에 친인척이 없었지만 처음부터 A씨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고 연락한 데다 당연한 권리를 찾는 것이라는 변호사의 말에 변호사 선임비 명목으로 3천 달러를 송금했다.

이후 몇 차례 처리비용을 추가로 송금했다. 점점 이상한 생각이 든 A씨가 송금한 돈을 돌려 달라고 하자 변호사는 태도가 돌변하며 ‘지금까지 당신은 불법 행위를 저질렀으니 경찰은 물론 FBI에서도 수사 중이고 돈을 송금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A씨는 돈을 빌려 총 6만2천 달러를 송금한 뒤에야 말레이시아 대사관으로 피해 상황을 알렸고 현지에서 이민자와 무역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성행중인 신종사기라는 답변과 함께 이체한 통장도 경로를 찾을 수 없는 해외 계좌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 한 해 동안 국민권익위원회(ACRC. 위원장 이재오)에서 운영하는 ‘110 정부민원안내콜센터’에서 접수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관련 민원을 분석한 결과, 신고 건수는 2008년 대비 약 43% 감소했지만 피해 금액은 오히려 17%가 증가해 피해 건당 사기 금액이 늘었다. 기존 사기 수법보다 한층 지능적인 수법도 등장했다.

[2008년·2009년 전화금융사기 총계 현황]

2008년(A)

2009년(B)

증감율(%)

전화금융사기

민원 접수

77,175 건

44,047 건

-42.9

피해 금액

2,191,150 천 원

2,564,672 천 원

+17.0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대처와 홍보로 전화금융사기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이 높아지자 우체국, 은행 등을 사칭하는 기존 수법외에도 수사기관 관계자를 사칭한 확인 과정을 추가해 피해자 의심을 줄인 뒤 통장 이체가 아닌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악용하는 신종 수법도 등장했다.

110콜센터 상담 분석 결과에 의하면 전화금융사기의 주요 사칭기관은 2008년도에 이어 2009년에도 우체국(19,830건. 45%)이 가장 많았으며 은행(3,784건. 8.6%)과 검찰청, 경찰청 등 수사기관(3,210건. 7.3%) 사칭 순으로 많았다.

[2008년·2009년 전화금융사기 주요 사칭기관 비교]

사칭기관

2008년

2009년

증감율(%)

우체국

36,077

19,830

-45.0

은행

5,556

3,784

-31.9

수사기관(검·경찰청)

7,376

3,210

-56.5

각종 카드사

1,830

889

-51.4

휴대폰/인터넷통신

2,769

891

-67.8

KT

8,521

743

-91.2

국민건강보험공단

1,831

364

-80.1

법원

1,237

49

-96.0

기타

11,978

14,287

+19.3

총계

77,175

44,047

-42.9

주목할 것은 법원과 KT 사칭이 각각 96%와 91% 줄어든 반면, 그동안 알려진 자녀납치, 공공요금 연체 등의 사기 수법에서 벗어나 여론조사기관, 고객감사이벤트 당첨, 방송 프로그램 퀴즈 상품, 메신저 친구 사칭 등 신종 사기 유인책을 다양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화금융사기의 피해는 20대에서 50대에 걸쳐 골고루 분포됐고 남성 피해가 여성보다 1.5배 많았다.

[2009년 전화금융사기 피해 나이별현황 (무응답의 경우 분석대상에서 제외)]

나이

접수건수

비율(%)

20대이하

372

20.5

30대

430

23.7

40대

435

24.0

50대

400

22.0

60대이상

179

9.9

1,816

100

특히 20대 이하의 피해 비율이 20.5%로 나타났는데 젊은층이 주로 사용하는 메신저를 이용한 사기 수법이 2009년에 새로 등장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10콜센터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전화금융사기 민원은 총 4만 4,047건으로 품착취, 임금착취, 과다소개료 등의 9대 생계침해형 부조리 관련 민원 중 70.3%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로 110콜센터는 금전 피해 신고와 함께 사기 전화를 의심하거나 대처 방법을 문의하는 상담 전화가 많다.

60대 여성인 C씨는 경찰청을 사칭한 전화사기단이 제시한 구좌로 338만 원을 송금했다.

이 사실을 안 C씨의 딸이 국민권익위가 운영하는 110 콜센터로 상담을 요청했다. 다음날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반환청구소송을 해 이체 금액 전부를 되찾을 수 있었다. 조사 결과 통장명의자도 피해자였다.

통장개설 조건으로 500만원을 대출받기로 했지만 정작 338만 원이 입금되자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은행에 통장정지거래를 신청함으로써 사기단이 C씨의 송금액을 인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위 사례처럼 110콜센터에서는 실제 피해 신고는 물론 전화금융사기로 의심되는 전화를 받았을 경우 대처 방법에 대해 상세한 안내를 함으로써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110콜센터는 지난해 1월부터 경찰청 「1379 생계침해형 부조리사범 신고센터」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110콜센터 관계자는 “최근 정부 정책 및 홍보를 통해 전화금융사기가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신종 수법을 이용한 사기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대부분의 사기 수법이 미리 알고 있으면 예방할 수 있으므로 전화사기가 의심되면 국번 없이 110번(또는 1379)으로 전화해 상담받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국민권익위의 110콜센터는 전화 및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상담요청을 하거나 110홈페이지(www.110.go.kr)에서 상담을 예약한 각종 민원내용을 정부 각 부처와 즉시 연계해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정부 대표민원전화다. 청각․언어 장애인은 영상전화 수화상담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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