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편식 타파 하이브리드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윤용
| 2011-12-24 12:00:46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클래식음악의 하이브리드 아트화를 통해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 라보체프로덕션은 오는 2012년 2월 세종M씨어터에서 하이브리드 오페라 - 헨젤과 그레텔을 공연한다.
그림형제의 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헨젤과 그레텔>은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어서 어린이 대상 뮤지컬이나 퍼포먼스의 소재로 많이 등장하고 있는 작품이다.
훔퍼딩크가 작곡한 음악적으로 완성도 높은 오페라를 어린이와 부모님이 함께 관람하여 감동을 공유할 수 있도록 내실 있게 구성했다.
기존 100분가량의 런타임을 60분 내외로 조정하여 집중시간이 다소 짧은 어린이 관객을 배려했고, 갖가지 특수효과와 무용수, 연극배우, 화려한 무대와 의상 등으로 어린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만을 위한 공연이라 치부할 수도 있는 작품을 성인이 관람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최고 퀄리티를 갖춘 오페라다.
2011년 7월 초연에서 헨젤역 메조소프라노 김주희, 그레텔역 소프라노 강종희, 마녀역 테너 최진호, 이슬요정역 아나운서 전혜원, 잠의 요정역 팝페라가수 주엘 등의 성악가와 성악을 기반으로 한 팝페라 가수, 그리고 아나운서의 따뜻한 해설은 아이들에게 많은 감동을 준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메조소프라노 권수빈, 소프라노 신유미, 테너 서필이 새롭게 합류하고 팝아트계에서 이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작가 여동헌이 티저디자인을 하는 등 라보체프로덕션만의 독특한 공연제작의 본격적인 행보를 알린다.
어린이공연의 장르한계에 도전
최근 몇 년 사이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나 공연이 급부상하며 학교교육체계에서 예술교육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문화예술교육이 사회적 책임으로 바뀌게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설립하여 초중고교에 예술강사를 파견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서울문화재단과 같은 지자체 문화재단에서도 방과 후 예술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상업적 성격이 짙은 문화센터에도 이어져 단순한 예술적 기술과목의 개설로 한정되던 상황에서 벗어나 창의성 발달을 위한 예술강좌들이 신설되면서 예술교육 다양화에 크게 이바지하게 되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예술공연 관람으로 이어져 기존의 성인 대상 공연물로 넘쳐나던 공연현장에서 어린이 공연들이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아울러 뮤지컬 또는 화려한 액션이 있는 퍼포먼스 장르에 치우친 작품 위주로 제작∙공연되어 예술적 성향이 발달하는 시기의 아이들이 다양한 예술장르를 경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국악의 경우 국악장려정책을 통해 순수예술, 퓨전, 크로스오버 등의 형태로 많은 지원혜택을 받으며 공연되고 있다.
이에 반해 클래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장르임에도 불구, 소극장에서 간혹 오페라가 올려지거나 뮤지컬화 될 뿐, 어린이 공연에서는 지극히 소외되어 왔다.
클래식 중에서도 오페라는 일반 연주회와는 또 다른 성격을 가지며 클래식 음악을 집약한 종합예술로써 그 중요성과 의미는 현대에 와서도 변함이 없다. 이러한 오페라만의 매력과 재미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라보체프로덕션이 나섰다.
샌드애니메이션+미디어아트+발레+라이브 연주 등의 하이브리드
오페라는 '지루하다', '어렵다' 등의 무수한 편견이 일반적이어서 특별 마니아들만 소비하는 장르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사실 오랜 기간 발전해온 전통성 있는 장르이다.
성악가만의 발성법과 외국어로 구성되어 있는 오페라에 어린이를 비롯한 오페라 입문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연의 캐릭터는 아나운서와 팝페라 가수에게 맡기고 발레리나들을 천사로 등장시키며 미디어아트를 통한 스토리전개를 추가하는 등 창의적 연출을 시도했다.
동화 속에서 바로 걸어 나와 이야기하는 듯한 이슬요정의 정감 있는 나레이션과 손끝의 예술인 샌드애니메이션이 펼쳐져 보는 이의 몰입도를 몇 배 높여준다.
여타의 공연에서 대체로 MR이 사용되는 것과 달리 지휘자가 직접 지휘하면서 들려주는 생생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하이브리드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만이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이다.
이번 2월 공연에서는 김주희, 강종희, 최진호로 구성된 원년멤버와 새롭게 캐스팅된 권수빈, 신유미, 서필 등이 함께 만들어내는 헨젤, 그레텔, 마녀의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마녀역을 소프라노가 아닌 테너가 맡아 함으로써 이 공연만의 독보적인 개성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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