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와 유료방송 재송신 분쟁시 방통위가 직접 직권조정 한다
윤용
| 2014-11-19 00:30:50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사업자의 재송신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도입했다.
방통위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월드컵, 올림픽 등 국민적 관심이 큰 행사에 대한 재송신 분쟁이 발생할 경우, 방통위가 '직권조정'·'방송 유지 및 재개 명령'·'재정' 등을 행사할 수 있는 '방송법 일부개정안에 관한 건'을 의결했다. 이중 재정제도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힌 허원제 부위원장은 퇴장한 가운데 최성준 방통위원장을 비롯한 김재홍, 고삼석 야권위원과 이기주 야권위원이 찬성하면서 통과됐다.
재송신은 지상파 프로그램을 케이블방송 등 유료방송이 내보내는 것을 말하며 유료방송사는 가입자당 280원의 재송신료를 지상파에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2012년 케이블TV의 KBS2 채널 블랙아웃과 올해 브라질 월드컵 모바일IPTV 블랙아웃처럼 재송신료에 대해 두 업계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해 왔다. 이에 방통위는 재송신을 둔 업계간 갈등으로 시청자의 시청권이 침해가 된다고 판단해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 사이 재송신료를 둔 분쟁이 발생하면 △당사자의 신청 없어도 조정절차를 개시할 수 있게 하는 직권조정제도 도입, △올릭픽·월드컵 등 국민관심행사 등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의 공급·수급과 관련된 분쟁 발생 시 당사자 신청에 따라 조사·심문 등 준사법적 절차를 거쳐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재정제도 신설, △방송유지·재개명령권 신설 등의 내용을 담았다.아울러 분쟁 중인 당사자가 방통위에 분쟁 해결을 신청하면 재전송료 등을 포함한 방통위의 결정대로 우선 분쟁을 해결하고 이에 불복하는 분쟁 당사자가 방통위 결정 사안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재정제도'도 포함됐다.
이 중 '직권조정'의 경우, 재송신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해 방송중단 등 시청권 침해가 예상되는 때에 당사자 신청이 없더라도 방송분쟁조정위원회에서 직권으로 조정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직권조정 대상은 의무동시재송신 방송채널(KBS1·EBS) 이외의 지상파 방송채널이다. 단, 조정 중 방통위 직권으로 재정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한 입법예고안 규정은 삭제됐다.
'방송유지·재개 명령' 신설의 경우, 방송중단 등 시청권 침해가 예상될 때 방통위가 30일 내 기간을 정해 방송프로그램 공급·송출의 유지·재개를 명할 수 있도록 했다. 역시 적용대상은 의무동시재송신 방송채널(KBS1·EBS) 이외의 지상파 방송채널이다. 만일 방송사업자들이 방송유지·재개 명령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방통위와 미래부는 <방송법> 상 허가 취소와 업무정지, 과징금 등을 부과할 수 있다.
'재정제도'의 경우, 방송중단 등 시청권 침해가 예상될 때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조사·심문 등 준사법적 절차를 거쳐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해서는 방통위 상임위원 및 방송사업자들 간 이견이 컸던 만큼 일부 규정이 추가됐다. 앞서 언급했듯 ‘직권조정’이나 ‘방송유지·재개 명령’과 달리 올림픽·월드컵 등 국민관심행사에 대한 재송신 분쟁으로 적용대상을 한정한 것 등이 그것이다.
'재정제도'신설에 따라 방통위는 해당 분쟁이 조정 대상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경우 조정에 회부할 수 있고 자료제출 요구와 당사자 의견진술 등을 종합해 합의권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재정진행 중 소송이 제기되면 재정은 중지되고 판결확정시 재정도 종료된다. 하지만 방송사업자가 60일 내 해당 분쟁을 원인으로 하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날 회의에서 방통위원들은 '재정제도'에서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허원제 방통위 부위원장은 "언론사인 방송사에게 너무 강력한 규제적 장치"라며 "방통위로서 방송사를 포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어 "방통위는 행정기관으로서 언론의 자유를 사전에 제한할 수 없으며 이는 헌법에 명시된 사전검열에 해당된다"며 "이같은 개정안으로 언론에 대한 압력 수단을 갖게 된다면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고 밝혔다.
최성준 위원장은 "재정신청을 한다고 하더라도 방통위가 어떠한 결론을 바로 내리는 것이 아니다"며 "방통위가 개입할 사안인지를 먼저 판단해 해당하지 않는다면 조정신청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으며 방통위의 결정 전에 일정 기간 동안 관계자들 간 합의를 유도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느 쪽이든 당사자가 이 재정 결과에 따른 분쟁 해결을 원치 않는다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소송을 제기하면 방통위 재정절차는 중지되고, 또한 60일 내로 소송을 제기하면 방통위 결정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된 회의에서 위원들간 이견에 따라 어려움을 겪던 중 애초 재정제도 도입에 반대했던 김재홍·고삼석 위원이 올림픽·월드컵 등 국민의 관심 행사로 범위를 제한하는 수정안을 제시,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한편 이날 당초 상정된 개정안에서 재정제도는 '콘텐츠 공급 및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시청자의 이익이 저해될 수 있는 방송' 등으로 다소 적용 대상이 더 넓었으나 야권위원들의 "광범위하다"는 반대 의견으로 보여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민관심행사'로 대상을 제한했다.
[ⓒ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