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중 동원돼 사망한 민간인 군노무자 전사자 인정
정미라
| 2016-02-19 12:17:05
시사투데이 정미라 기자] 국민권익위원회는 6.25전쟁 중 공비 토벌작전을 수행중인 국군에 의해 노무자로 동원됐다가 무장공비의 총에 맞아 사망한 고(故) 정모씨를 전사자(戰死者)로 인정하도록 국방부에 권고했다. 국방부는 “군인 신분이 아닌 민간인 노무자에 대한 전사자 여부를 재심사할 규정이 현재는 없지만 빠른 시일 내 현행 제도를 개정해 고인에 대한 전사자 여부를 재심사할 예정이다”고 했다.
고인(당시 34세, 남)은 1951년 2월경 전남 장성군에서 공비 토벌작전을 수행중인 국군에 의해 군노무자로 임시 동원됐다가 전남 장성군 삼계면 생초리 생막골에서 무장공비의 총에 맞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그러나 민간인 노무자에 대한 전사자 여부를 최초 심사하는 기관인 육군본부는 당시 고인이 군노무자로 동원돼 전사했다는 공식적인 문서기록이 없고 인우보증(隣友保證)만 있다는 이유로 고인에 대한 전사자 인정을 거부했다. 인우보증은 친구, 친척, 이웃 등 본인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특정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에 고인의 자녀인 정씨(현재 64세, 여)는 지난 해 8월 고인을 전사자로 인정해 달라며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정씨는 “아버지 없이 태어나 어머니, 언니와 함께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어려운 삶을 살았다. 이로 인해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해 한글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남의 집 식모살이를 전전하면서 평생을 설움과 한에 맺혀 살아왔다”고 했다.
권익위 조사결과, 당시 고인과 함께 군노무자로 동원된 동료와 고향마을 사람들의 증언이 당시 군 부대의 전투기록 등과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또한 국방부가 2009년 8월 고인에 대한 참전사실을 인정했고 당시 목격자, 마을 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 참고인 면담조사 등을 통해 고인이 ‘무장공비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민원인에게 통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법원도 국방부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제적등본 상 고인의 사망일시와 사망장소를 ‘1951년 2월’, ‘전남 장성군 삼계면 생초리 생막골’로 결정한 만큼 고인을 6.25전쟁 전사자로 인정하라고 국방부에 시정 권고했다. 국방부가 고인을 전사자로 인정할 경우 고인의 유족인 정씨는 6.25 전몰군경 유자녀로 등록돼 국가로부터 월 1백 15만2천원의 유족자녀수당 등 보훈 혜택을 받게 된다.
권익위 관계자는 “군인이 아니더라도 사실상 군의 지휘체계에 편입돼 군사작전을 수행하다가 전사한 고인을 하루빨리 전사자로 인정하고 뒤늦게나마 유족에게 고인의 희생과 공헌의 정도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