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프로농구 창원 LG, 새 사령탑에 현주엽 선임…"해설하면서 농구에 눈 떴다"
박미라
| 2017-04-24 18:04:03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현주엽(42)이 프로농구 창원 LG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이로써 현주엽은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새로운 농구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계약기간은 3년이며, 연봉은 상호 협의 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현 신임감독은 195㎝, 100㎏의 체격 조건을 갖춘 포워드로 활약하며 고려대 재학 시절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니며 농구 붐을 일으킨 스타 선수 중 한 명이다. 포워드이면서도 어시스트 능력을 갖추고 있어 '포인트 포워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1998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SK에 입단한 현 신임감독은 골드뱅크, KTF(현 부산 kt), LG를 거치며 2008~2009시즌까지 9시즌 동안 평균 13.3점, 5.15어시스트, 4.1리바운드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은퇴한 현 신임감독은 해설위원으로 활동했을 뿐 코치 등 지도자를 맡은 적이 없었다. 해설위원으로 농구와 인연을 이어가면서도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며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LG가 지도자 경험이 일천한 현 감독에 지휘봉을 맡긴 것은 파격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농구계에서는 LG의 선택이 '도박'에 가깝다는 반응이었다.
이에 현 신임감독이 "지도자 경험도 없는데 기회를 준 LG 구단에 감사하다"며 "지도자 경험은 없지만, 선수 시절 많은 경기를 했다. 은퇴한 이후 해설을 하며 폭 넓게 농구의 흐름을 보고, 농구를 새롭게 배웠다"며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항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는 해설위원을 하면서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이 생긴 것이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단점을 메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 신임감독은 "선수 때에는 치열하게 경기만 뛰면 됐다. 내가 막는 공격자나 우리 팀의 움직임, 상대 팀의 움직임만 생각하면 됐다"며 "하지만 해설을 하니 전체를 보게 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팀이 어떤 색깔의 농구를 하는지, 멤버에 따라 패턴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게 됐다.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좋아졌다"며 "뜻한 대로 되지 않을 수 있지만, 해설을 하면서 농구에 눈을 뜨게 됐다"고 강조했다.
경험이 많은 지도자를 코치로 영입하는 것은 현 신임감독이 생각하는 단점 보완책 중 하나다. 현 감독은 "구단과 상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지도자 경험이 있는 분들과 호흡을 맞추면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저보다 나이가 많아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모두 고려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1군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으면서 지도자로 첫 발을 떼는 현 신임감독이 만들어낼 LG는 높이와 스피드를 모두 갖춘 팀이다.
현 신임감독은 "LG가 스피드 있는 농구를 잘한다. 김종규의 장점도 있다. 높이에 우위를 점하면서 빠른 공수 전환이 가능한 팀을 만들 것"이라고 청사진을 그렸다. 높이에 우위를 점하고 싶은 만큼 외국인 선수도 신장이 큰 선수를 선발할 계획이다. 그러면서 현 신임감독은 "김종규가 있지만 키 큰 선수를 선발할 생각이다. 단신 선수도 골밑에서 플레이를 하고, 간혹 외곽으로 나갈 선수를 선발하겠다"며 "그래야 골밑에 우위를 점하고, 김종규의 체력 안배도 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에서 LG를 봤을 때 단점으로 '팀 플레이'를 꼽은 현 신임감독은 "LG가 공격은 화끈하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좋으니 강점을 살려주겠다"며 "수비와 팀 플레이에 단점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현 신임감독은 '소통'을 중시하는 감독을 꿈꾼다. 현 신임감독은 "선수 시절 느낀 것이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선수, 구단과 소통을 많이 하면서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이해를 해주면서 팀을 이끌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카리스마만 앞세우지 않는다면서도 현 신임감독은 강훈련을 예고했다. 현 감독은 "내가 운동을 많이 시킬 것을 알테니 관리를 잘 하고 올 것이다. 선수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힘들게 운동하면 될 것 같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지도자로서 새로운 농구인생 2막을 여는 현주엽 신임감독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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