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의심 피해자 두고 현장 떠난 경찰 '논란'…남편 뒤늦게 체포
박미라
| 2017-08-10 18:20:09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화상과 멍 자국이 발견된 30대 여성에 대해 가정폭력이 의심된다는 소방당국의 공조 요청을 받았음에도 경찰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이 여성을 폭행한 남편은 경찰에 고소장이 접수된 이후에서야 뒤늦게 체포됐다.
10일 경기 분당경찰서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후 11시25분께 주모(37)씨로부터 "아내가 화장실에서 쓰러졌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원은 주씨가 사는 경기 광주시 오포읍에 있는 한 주택으로 출동해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주씨의 아내 박모(39)씨의 상태를 살피던 중 그의 가슴 등에 생긴 화상과 멍 자국을 발견했다.
구급대원이 상처에 대해 묻자 주씨는 "3일 전 아내와 다투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끓이던 물을 뿌렸다"고 대답했다.
구급대원은 40여㎏의 가벼운 몸무게에 의식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 박씨를 우선 병원으로 옮기고 가정폭력이 의심된다는 내용을 병원이 있는 지역을 관할하는 분당경찰서에 알렸다.
병원으로 출동한 분당경찰서 소속 파출소 경찰관 2명은 1시간여 동안 박씨에게 가정폭력이 있었냐고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또 "실수로 아내의 몸에 뜨거운 물을 뿌린 것이지 가정폭력은 아니다"는 주씨의 답변을 듣고선 현장을 떠났다.
박씨는 희귀병을 앓고 있던 탓에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분당경찰서 관계자는 "병원에 출동한 경찰관이 1시간여 동안 박씨에게 피해 사실을 물어봤지만, 답변을 듣지 못해 발길을 돌린 것이고 추후 피해를 보면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며 "당시 박씨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못한 것은 경찰관의 실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씨의 남동생은 지난 7일 광주경찰서에 주씨를 폭행 혐의 등으로 고소했고, 경찰 수사로 주씨의 학대 사실이 일부 드러났다.
박씨의 남동생은 주씨가 박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평소 밥이 아닌 술을 먹이며 박씨를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도주의 우려가 있을 것으로 보고 10일 오전 주씨의 자택에서 그를 체포했다.
광주경찰서 관계자는 "박씨, 박씨의 남동생,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주씨가 박씨를 학대한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며 "주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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