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인 운영 보이스피싱 콜센터 제주도서 첫 적발…60명 검거
박미라
| 2017-12-27 14:20:34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제주도에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콜센터를 운영해온 대만인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국내에서 외국인들이 직접 운영한 보이스피싱 콜센터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7일 보이스피싱 조직 대만인 총책 A(35)씨와 한국인 총책 B(41)씨, 대만인 조직원 C(21)씨 58명을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제주도에 있는 빌라 2개동을 통째로 빌려 콜센터를 차려놓고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대부분 대만인으로 구성된 이들은 중국 전화국과 공안을 사칭해 중국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전화요금이 연체됐다. 당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으니 소재지 공안 팀장을 연결시켜 줄테니 신고하고 상담받도록 해라" "정부기관에서 도와줄테니 지정된 계좌로 돈을 입금하라"는 수법 등으로 전화금융사기를 벌였다.
확인된 피해 금액은 최근 한달 동안 한화 4억7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피해액수는 중국 사법당국과 공조해 계속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총책인 A씨와 B씨 지휘 아래 자금관리, 교육 등을 담당한 중간책들을 두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또 대만에서 건너온 콜센터 상담원들을 엄격하게 통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상담원들의 여권과 휴대폰을 빼앗고 '서로 이름을 묻지 말고 별명을 만들어 불러라' '시나리오 연습 결과는 당일 바로 파쇄해라'고 지침을 내렸다.
경찰은 조직원 대부분이 비자 없이 제주도에 입국했다고 전했다.
제주도는 제주도개발특별법 등에 따라 대부분 국가의 외국인들이 무비자로 입국해 최대 30일간 머물 수 있다.
총책인 A씨와 B씨는 "6년 전 필리핀에서 만나 의형제로 발전했다"고 진술했다.
콜센터 운영에 사용한 4층짜리 빌딩 2개동은 B씨와 연인 관계인 한국인 D(37·여)씨 명의로 빌렸다.
경찰은 지난 9월 초 대만 경찰로부터 이번 사건 정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한 뒤 3개월여 만에 한국에 있던 총책과 조직원들을 모두 붙잡았다.
경찰은 지난 20일 제주도에서 운영되고 있던 빌라를 급습해 압수수색했으며 현장에 있던 조직원 57명을 긴급체포했다.
이들 검거 작전에는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수사관 26명을 비롯해 유관기관인 제주경찰청, 서울·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제주소방서 등에서 총 120명이 대거 투입됐다.
같은 날 서울에서도 한국인 총책 B씨를 검거하고 빌라를 빌리는 데 명의를 빌려준 D씨도 긴급체포했다.
이들을 통해 위치가 파악된 대만인 총책 A씨도 검거되며 한국에 있던 관련자 60명이 모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보이스피싱 콜센터가 국외에도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각국 사법당국과 공조해 보이스피싱 사기범행 조직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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