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밭 일구고 역사 지켜낸 ‘장인의 손길’
이윤지
| 2020-12-29 10:22:00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고려 말 문익점 선생은 붓 뚜껑 속에 숨겨 들여왔던 목화씨로 백성들을 구제했다. 목화에는 선조들이 옷을 만들고 이불을 누비며 겨울을 따뜻하게 보냈던 삶의 방식이 녹아있고, 시집가는 딸에게 목화솜 이불 한 필을 지어 보내던 어머니의 마음이 들어있다.
그러나 산업화 과정에서 화학섬유가 개발되며 목화는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췄다. 이처럼 사라진 목화밭을 일구고 수작업을 고수하며 솜을 만드는 이가 있다.
바로 경남 함양의 ‘칠성면업사 임채장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84년 목화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워 직접 재배에 나선 임 대표는 9900㎡(약 3천 평) 농장에서 목화솜을 생산한다.
땀과 정성으로 점철된 공정 과정을 살펴보면 4월에 씨를 뿌린 목화는 8월 이후 꽃을 피우고, 늦가을이 되면 새하얀 목화솜으로 변신하다. 서리가 오기 전 수확해야 최상의 솜을 만들 수 있어 일일이 손으로 채취하고 햇빛과 바람에 잘 말린다. 말린 목화솜을 조면기에 넣어 씨앗을 제거하고 솜 터는 기계에 넣고 돌리면 포근한 이불솜이 완성된다.
한마디로 임채장 대표의 정성, 노력, 경험, 기술력 등에 자연의 햇빛과 바람 등이 더해져 ‘명품 목화이불’이 완성되는 것이다.
실제 칠성면업사의 ‘핑크하트’ 제품은 땀 배출이 뛰어나고, 피부질환과 아토피 예방은 물론 보온효과도 탁월해 호평이 자자하다. 그 결과 혼수·효도·아기이불 등으로 소비자(고객)들의 인기를 끌며 전국 각지에서 방문도 잇따르고 있다.
그래서인지 임 대표는 ‘목화장인’으로 불리며 각종 매스컴 ‘TV생생정보통, 6시 내고향, 생생정보마당, 생방송 투데이, 리얼다큐 숨, 굿모닝 대한민국 라이브’ 등에 수차례 출연했을 정도다.
임채장 대표는 “36년간 목화 재배부터 솜을 만들기까지 수작업만으로 명맥을 이어왔다”며 “목화솜 이불 하나를 만드는데 수백 번의 손이 갈 만큼 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그는 지역의 취약계층을 위한 이웃사랑 실천과 나눔 문화 확산에도 소홀함이 없다. 20년째 매년 10~20채의 목화솜 이불을 기탁하고, 관내 초·중학교에 목화모종을 기증함이 대표적이다. 그러면서 함양·산청·거창 등지의 초등학교를 방문하고 학생들에게 목화농사와 의생활의 연관성을 교육하는데도 정성을 쏟고 있다.
임 대표는 “생산량이 적고 손도 많이 가지만, 작업과정 하나하나가 몸에 뱄으며 성취감이 크다”고 전했다. ‘역사와 전통을 담은 목화이불을 만든다는 자긍심’, ‘기초부터 완성까지 전반의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숙달된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게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를 토대로 임 대표는 “목화씨가 일으킨 큰 변화도 작은 씨에서부터 시작됐듯 목화의 부흥을 위해 묵묵히 걸어갈 것”을 다짐했다.
한편, 칠성면업사 임채장 대표는 전통 방식으로 목화 재배와 목화솜이불 제작에 헌신하고, ‘천연 목화솜’의 생산·공급 및 제품 만족도 강화를 이끌며, 이웃사랑 실천과 지역사회 상생발전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0 대한민국 사회공헌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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