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염전에 피어난 소금꽃…장인의 손길로 명품화 견인
이윤지
| 2021-04-30 10:00:19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하늘이 내려준 소금, 천일염(天日鹽). 전남 신안군 증도는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지정,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자연의 보고다.
증도에 들어서면 140만 평의 소금밭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근대문화유산 제360호’로 지정된 태평염전은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염전으로 연간 1만6천 톤의 소금이 만들어진다.
이곳에서 46년간 전통방식 그대로 천일염을 만들고 있는 이가 있으니 바로 박형기 소금장인이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박 장인이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열일곱 살 때다.
그는 “치기 어린 시절, 유학나간 전남 목포에서 사고를 치고 다시 섬으로 돌아와 새벽 3시부터 염전에 나가 일했다”며 “절대 염부는 안하겠다는 일념으로 안 해본 일이 없지만, 결국엔 돌고 돌아 이 자리에 있는 걸 보면 운명 같다”고 담담히 소회했다.
그렇게 시작한 염전 일은 날로 번창해 지금은 11명의 인부를 두고 세계 최고의 천일염 생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또한 그는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함’의 자세로 2003년부터 세계적인 소금 생산국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를 다니며 식견과 경험을 넓혔다.
특히 박 장인은 까다로운 생산방식 탓에 국내에서는 제품화가 힘든 꽃소금 생산에 도전장을 내밀고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했다. 토판에서 생산되는 소량의 꽃소금은 일반 천일염보다 미네랄 함유량이 월등히 높고, 염도가 낮아 ‘소금 중의 소금’으로 불린다.
천일염은 바다와 땅, 햇볕, 바람이 만들어 내는 자연의 산물이지만 장인의 능력에 따라 소금의 생산량과 질은 차이가 난다.
땀과 정성으로 점철된 생산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깨끗한 염전으로 오염되지 않은 바닷물을 끌고 온다. 이후 바닷물을 농축해 염도를 높인 뒤 햇볕과 바람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1차 천일염을 생산한다. 그리고 천일염을 가공공장으로 갖고 와 남아 있는 수분과 이물질을 모두 제거하면 순도 높은 천일염이 완성된다.
박 장인은 “욕심을 부린다고 좋은 소금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달이 주는 시간에 물을 받고, 하늘이 주는 빛에 맡겨 정성으로 소금을 얻는 것”이라고 전한다.
이런 그는 (사)신안천일염생산자연합회 직전회장으로 임기동안 천일염의 ‘가격안정제’를 주창하며 950여 명 회원들의 권익대변에 불철주야 힘써왔다.
나아가 현재 신안군 증도발전협의회 대표를 역임하며 남다른 애향심과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이웃사랑 실천과 지역의 소외계층 지원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박형기 장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공업용 소금이 신안천일염으로 둔갑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어느 것이 국산이고, 중국산인지 소비자들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수입통관 후 국내 유통단계에서 수입물품의 불법용도 전환 및 원산지 표시 의무 위반에 대해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장인(匠人)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우가 개선되길 바람”하면서 “3대째 가업을 이으며 세계 최고의 소금을 생산한다는 자긍심으로 ‘신안천일염’ 명품화를 견인할 것”이란 다짐도 잊지 않았다.
한편, 태평염전(근대문화유산 제360호) 박형기 소금장인은 전통적인 ‘토판염’ 생산방식 계승과 국내 최대 천일염전 ‘태평염전’의 위상제고에 헌신하고, ‘신안 천일염’ 브랜드 가치 향상 및 생산자 권익 대변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1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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