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세대·환자 맞춤형 Non-GM 콩 세계 최초로 개발한 ‘브레인’
이윤지
| 2023-03-31 10:18:31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종자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움직인다. 우리나라는 쌀 이외 대부분의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다른 나라에서 농산물을 외교적 무기로 삼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 종자를 확보해 잘 지키는 ‘종자주권(種子主權)’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경상국립대학교 농학과 정종일 교수가 세계 최초로 비린 맛과 알레르기 및 소화불량을 유발하는 5가지 성분을 제거한 ‘콩’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23년간 오로지 한 우물만 파온 정 교수의 뚝심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특히 유전자 조작방법이 아닌 교잡육종법으로 육성한 ‘Non-GM’ 품종이란 점에서 국민건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 교수는 이 콩의 이름을 ‘백세콩’으로 명명했다. 건강 기능성과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한 식품인 콩을 섭취해 ‘100세 장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개발자의 포부가 담겼다.
이를 토대로 학술연구의 질적 수준제고에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백세콩’은 2021년 4월 국립종자원에 신품종보호출원을 하고, 2023년 3월 15일 신품종보호등록을 완료했으며, 국제적 학술지인 ‘프런티어스 인 프랜트 사이언스(Frontiers in Plant Science)’ 2022년 6월 7일자에 연구결과가 게재된 바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백세콩’은 ▲비린내가 나는 ‘리폭시게나제’ ▲인슐린저항성, 비만, 자가면역질환, 과민성대장증후군, 만성염증, 메스꺼움, 구토, 설사를 유발하는 식물성 독소 단백질 ‘렉틴’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소화를 억제하는 ‘쿠니스 트립신 억제제’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품질 가공적성을 떨어트리는 ‘7S 알파-서브유닛’ 등 4가지 단백질이 제거됐다.
여기에 콩을 섭취했을 때 장내 가스를 유발하고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스타키오스’ 성분 함량이 일반 콩보다 80% 정도 낮다. 따라서 일반인뿐만 아니라 면역력·소화력이 약한 환자와 실버세대에 맞춤형 콩 제품 개발이 가능해진 것이다.
정종일 교수는 “백세콩은 곡류가 이삭이나 줄기로부터 떨어지는 탈립성, 종자 크기, 수량성 등 농업적 형질이 양호해 재배하기 알맞다”며 “생콩에서 마치 볶은 콩과 같은 단맛과 고소한 맛이 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기호도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정 교수는 농업회사법인 씨드웰(주)과 함께 전국적으로 99만㎡(30만 평)이상의 면적에 ‘백세콩’을 재배하고, 상품화에 나섰다.
정종일 교수는 “백세콩으로 기존 콩 제품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두유·두부·콩고기·콩소시지·된장·간장 등의 제품을 개발해서 콩 재배농가의 고부가가치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어 “농가소득 증대와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은 교수로서 당연한 도리이자 책무”라고 겸손해하며 “무엇보다 면역력과 소화력이 약한 환자와 노인을 위한 첨가제 없는 전두유와 콩죽 등 다양한 국산 콩 제품 생산으로 국민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농학 분야의 학문적·실무적 전문성을 겸비한 실사구시를 구현하고, 공익(公益)을 위한 일에 정진해 온 정종일 교수가 또 어떤 이정표를 세울지 기대된다.
한편, 경상국립대학교 농학과 정종일 교수는 작물유전육종학 연구와 품종·기술 혁신에 헌신하고, 세계 최초로 ‘Non-GM 콩(백세콩)’의 개발 및 건강기능성 향상을 이끌면서, 농업생명과학 발전과 후학 양성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3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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