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 우편사 징비 사료집 ‘체부’ 펴낸 기업인 ‘눈길’

이윤지

| 2023-05-26 11:29:10

반도엠피에스(주) 나봉주 대표이사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작은 네모의 우표 속에 큰 세상이 담겼다. 당대의 역사, 문화, 사회상 등 여러 가지를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의 32대 대통령이었던 루즈벨트는 “학교에서 얻은 지식보다 우표에서 배운 것이 더 많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7년여 동안 각고의 노력과 집념으로 무려 1,300여 페이지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 우편사 징비 사료집’ <체부>를 발간한 기업인이 있다. ‘전자식 튜브넘버링기 및 관련 소모자재 전문기업, 반도엠피에스(주)’를 경영하는 나봉주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체부(遞夫)’는 구한말 민간에서 유래된 명칭으로 ‘우편집배원’을 뜻하며,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우표를 수집한 나 대표가 누구보다 반기고 기다리던 대상이기도 했다. 당시 ‘체신부 산하 체성회’에 가입해 월회비를 내면 새 우표가 발행될 때마다 보내줬는데, ‘체부 아저씨’로부터 받아보는 기쁨과 설렘이 컸다고 한다.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까지 차곡차곡 채운 우표첩을 다시 꺼내든 것은 60대에 이르러서다. 대학 졸업 후 1980년부터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고, ‘튜브넘버링기의 국산화와 품질향상’에 매진하느라 우표를 수집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사업이 안정되고 자식들도 장성하면서 우표수집에 대한 열의가 되살아났다. 국내 우표상과 해외의 경매사이트(이베이) 등을 통해 지난 15년간 수집한 우표가 1만여 점에 이르고, 그동안 9억~10억 원 가량을 우표구입비로 썼을 정도다.

이어 그는 1만여 점의 우표, 봉피, 엽서, 우편사료, 사진자료 중 절반을 추려 ‘조선말기, 대한제국기, 일제강점기, 미군정기’ 등 시대 순으로 분류하고 7년간 집필한 끝에 ‘한국 근·현대 우편역사서’인 <체부>를 지난해 편찬했다(박영사 출판).

나봉주 대표는 “원래 우표도감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우편사료의 수집과정에서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의 쓰라린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며 “치욕적인 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징비록>을 남긴 ‘서애 유성룡’의 심경으로 우표선별과 자료정리 등에 매달리며, ‘한국 근·​현대 우편사 징비 사료집’을 펴냈다”고 밝혔다.

그만큼 <체부>는 1884~1948년까지 한국 우편사(史)를 매개로 ‘갑신정변·을미사변 발생, 대한제국 선포, 국권 피탈, 3·​1독립운동 의거, 8·​15 광복과 미군정기 도래’ 등 우리나라의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다.

또한 나봉주 대표가 소장한 다수의 희귀본 자료들도 눈에 띈다. 실제로 <체부>에는 ▲139년 전 발행된 한국 최초 문위우표 ▲1984년 청일전쟁 당시 체송된 엽서 ▲1885년 아펜젤러(미국 선교사)의 실체 봉피 ▲독립신문 한글판과 영문판 ▲1902년 초대 주한프랑스공사(꼴랭 드 쁠랑시) 친필 서명 엽서 ▲1900년대 우체총사 통첩호외 ▲일제의 주요 인사 서신 검열 지시 문서 등이 수록됐다.

특히 나 대표는 ‘일제강점기 항일 독립운동가(여성 독립운동가 특집 포함)’, ‘청년들이 가슴 속 깊이 새겨야 할 항일 독립투사 37인 유언록(遺言錄)’ 등을 100여 페이지 상당의 부록에 실었다. 나아가 그는 현재 <체부2>편을 집필하고 있으며, 향후 양평에 ‘우표전시관’도 건립할 계획이다.

나봉주 대표는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의 원고 집필·교정·편집, 자료 스캔과 도안 등 작업을 7년간 수십 차례 반복하고서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며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역사의식을 높이는 데 <체부>가 일조할 수 있다면 보람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독립운동하면 3대가 가난에 시달리고, 친일하면 3대가 호의호식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부끄럽고 씁쓸하다”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도 있듯이 역사를 바르게 알고, 독립운동가와 애국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상기하며, 과거의 불행했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반도엠피에스(주) 나봉주 대표는 전자식 튜브넘버링기 및 관련 소모자재의 국산화와 품질향상에 헌신하고, ‘한국 근·현대 우편사 징비 사료집’ <체부>를 발간하면서, 역사의식 제고와 민족정신 함양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3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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