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 ‘소안 항일운동’의 정신 선양에 앞장
이윤지
| 2024-12-31 09:00:32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전남 완도군에서 남쪽으로 17.8km 떨어진 소안도는 ‘항일운동의 성지’로 불린다. 섬을 오가는 여객선 3척의 이름조차 대한·민국·만세 호다. 소안항구에 들어서면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소안도’라는 글씨가 새겨진 기념비가 가장 먼저 반긴다.
소안도는 함경남도 북청, 부산 동래와 더불어 3대 항일 운동지로 꼽힌다. 일제강점기 시절 6천여 명의 주민 가운데 8백여 명이 불령선인(일제를 따르지 않는 조선인)으로 지목될 만큼 항일운동의 불길이 거세게 타오른 곳이다.
당시 섬 주민들은 독립운동을 하다 투옥된 애국지사들과 고생을 함께하자는 의미로 한겨울에도 이불을 덮지 않았다고 한다. 그 뜻을 기리기 위해 지금도 소안도에는 365일 집집마다 태극기가 펄럭인다. ‘태극기의 섬’으로 불릴만한 이유다.
태극기의 물결을 헤치고 소안항일운동기념공원으로 접어들면 2005년 세워진 높이 8미터의 소안항일운동기념탑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보여준다. 기념탑 위로 소안항일운동의 산물인 사립소안학교도 자리한다. 1923년 주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설립된 소안학교는 일제에 강제 폐교되어 2005년 옛 학교 터에 복원된 건물이다.
그리고 2003년 건립된 소안항일운동기념관은 일제강점기 독립유공자의 얼굴 조각을 전시해 추모하고 있으며, 항일 운동 관련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사립소안학교에서 사용한 교과서, 신문 기사 등 당시의 유물도 전시돼 있다. 소안도에서 독립유공자가 22명이나 된다는 사실로도 항일운동의 성지라 불릴 이유는 충분하다.
이처럼 구국 투혼을 불살랐던 선열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고 후손들에게 계승·발전시키고자 1991년 (사)소안항일운동기념사업회(www.soan0516.com)가 설립되며 소안항일운동은 재조명됐다. 해마다 5월이면 이곳에서 소안항일운동기념 추모제 및 전국 학생문예백일장 대회가 열려 참여한 학생들이 독립운동을 주제로 백일장 실력을 겨룬다.
김광선 회장은 “우리가 지금껏 누려온 자유와 평화는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분연히 맞서 싸운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 덕분”이라며 “순국선열의 거룩한 얼과 혼이 후대에까지 길이길이 전승되길 바람”의 뜻을 전했다.
김 회장은 수산업에 종사하며 평생 소안을 지켜왔다. 특히 2011년 부실조합으로 위기에 빠진 ‘소안수산업협동조합’의 구원투수로 등판하고, 8년간 조합장을 역임하며 조합을 정상괘도에 올려놓은 일화는 아직까지 회자될 정도다.
지난 2020년 소안항일운동기념사업회의 수장으로 취임한 그는 ‘소안항일운동기념공원 태극기 분수대 설치, 당사도 등대 의병의거비 건립, 완도 3·15독립만세운동 재현행사 및 독립유공자 묘역순례 행사, 소안항일운동 기념 추모제, 전국 학생문예백일장 대회’ 등을 착착 진행해왔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김 회장은 사업비를 확보하여 본관 주변과 정문 아치 리모델링 등에 전력투구할 계획이다. 기념사업회에 사활을 걸고 백방으로 뛰어다닌 결과다.
이런 그가 나라사랑 정신을 실천해온 것은 조부와 부친의 영향이 크다. 김 회장의 조부는 배달청년회와 노농대성회의 간부로 활동하다 2년간 옥고를 치른 김남두 선생(1937년 작고, 1986년 대통령 표창,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 추서)이다.
김 회장은 “조부께서 항일독립운동을 하다 서른한 살, 너무나 젊은 나이에 작고하셨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 부친이 조부의 행적을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고, 전남 목포에서 재판을 받은 기록을 찾아 함께 옥고를 치른 독립 운동가들까지 공훈을 인정받게 됐다”고 자긍심을 전했다.
이어 “돈도, 지위도, 권력도 중요치 않다. 기꺼이 목숨까지 바치며, 오직 나라를 위해 헌신한 선조들처럼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것”이라면서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애써주신 회원들과,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은 가족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한편, (사)소안항일운동기념사업회 김광선 회장은 독립운동가와 순국선열의 애국애족 정신 선양에 헌신하고 ‘소안 항일운동’의 역사적 가치 정립 및 후대 전승을 도모하면서, 애향심 고취와 보훈문화 확산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4 대한민국 사회공헌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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