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염소 산업화 견인, 아낌없는 사육기술 전수 ‘큰 울림’
이윤지
| 2025-04-04 09:12:54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따르면 흑염소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피로와 추위를 물리쳐 위장을 보호하며, 마음은 평안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실제 흑염소는 3저(低) 식품(저지방, 저칼로리, 저콜레스테롤)이자 4고(高) 식품(고단백, 고칼슘, 고철분, 고비타민)으로 신이 내린 최고의 보양식이다.
이런 가운데 전남 화순군 이양면의 청정지역에서 흑염소를 사육하고, 이를 엑기스로 판매하며, 육가공에 흑염소 전문음식점까지 운영하는 이가 있으니 ‘흑염소 농가의 교본’으로 불리는 ‘초방리농장 민권식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젊은 나이에 사업가로 순풍의 돛을 달고 승승장구한 민 대표는 IMF 파고에 휩쓸리며 큰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실패의 경험도 큰 자산’이라며 굴하지 않고 화순으로 귀농한 그는 2000년 양계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후 화순군유정란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친환경 유정란을 생산하며 녹십자 독감백신생산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당초 백신 생산에 필요한 유정란은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성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반 농가의 참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지만 민 대표가 백방으로 뛰어다닌 결과 녹십자의 Partener로 선정됐고, 양계농가 소득증대에 교두보가 됐다.
이처럼 친환경 유정란을 생산하다 제초용으로 염소 50마리를 키우게 된 민 대표는 ‘흑염소 산업을 활성화시켜 달라’는 전남도의 요청을 받고,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염소 사육을 시작했다.
실제 초방리농장은 19만 8350㎡(6만여 평) 부지에 3천여 마리의 염소들이 자유롭게 뛰어놀며 자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염소농장이다. 흑염소 농장 최초 ‘현대화·자동화 시설’을 갖춘 이곳은 유독 ‘최초’, ‘유일’의 수식어가 많이 따라붙는다.
▲국내 흑염소농장 최초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2008) ▲국내 흑염소농장 최초 ‘동물복지형 녹색축산’ 인증(2013) ▲국내 흑염소농장 최초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 인증(2013) ▲국내 유일 흑염소농장 ‘스타팜’ 지정(2014) ▲국내 흑염소농장 최초 ‘염소 도축장 및 육가공회사’ 설립 ▲국내 최초 흑염소 사육 관련 ‘귀농학교’ 개설 등 그야말로 끝이 없다.
특히 초방리농장은 ‘1% 미만의 염소 폐사율’로 사양관리에 방점을 찍어왔다. 민 대표는 농장 운영 초기 50% 가까운 폐사율로 고민하다 ‘인공포유’에서 그 답을 찾았다고 한다. 초창기 분만사를 만들어 어미 염소와 새끼 염소를 별도로 관리했으나 어미 염소의 유량이 적으면 새끼 염소가 먹지 못해 죽고, 반대로 유량이 많으면 배탈로 폐사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에 초유 급여부터 생후 2~3개월까지 사람이 새끼 염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원유와 전지분유, 대용유 등을 철저히 일령별로 나눠주자 폐사율이 급감했고, 민 대표는 ‘폐사율 제로(0)’를 목표로 경주하고 있다.
그러면서 염소는 사료를 충분히 먹인 후 축사별로 시간대를 나눠 방목하고 있다. 또한 서열 다툼이 심한 염소의 특성을 고려해 월령과 성별을 구분하고, 그룹별 사육을 하며 ‘올인-올아웃’ 방식을 적용하자 전체적으로 증체량이 증가했다. 현재 수컷은 18~20개월, 암컷은 30개월에 출하된다.
정성껏 키운 흑염소의 60%는 ‘초방리 흑염소엑기스’로 고객들을 만나는데 흑염소 지육과 21가지 식물성 부재료를 24시간 달여 비린내와 누린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나아가 2023년부터 ‘초방리 흑염소’ 직영식당 및 홍보관을 운영하며 전국에 체인점만 4곳에 달한다. 고객들은 신선한 흑염소 요리를 먹을 수 있고, 민 대표는 안정적인 판로를 구축했다.
성공한 축산경영인으로 우뚝 선 민 대표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손사래 친다. “주요 축종이 아닌 흑염소 산업 발전을 위해 지금까지 토대를 다졌다면 귀농귀촌인, 청년축산인 등 후계세대가 많이 배출되어야 흑염소 산업이 지속가능하다”는 지론에서다.
‘귀농학교’도 그 일환에서다. 민 대표는 계절별 흑염소 사양관리, 흑염소 이동방법, 흑염소 농장매매, 자재구입 및 축사시설 관리, 판로 유통, 판매 방법 등 흑염소 사육의 전문기술과 핵심노하우를 모두 전수하며 후계 축산인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민권식 대표는 “정부의 ‘개식용 종식 특별법’으로 흑염소 산업이 힘찬 비상의 날개를 달았다”며 “흑염소 사육에 도전하는 청년축산인, 귀농귀촌인들이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사육기술을 전수하고, 주어진 달란트를 의미 있게 쓸 것”이라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한편, 초방리농장 민권식 대표는 흑염소 사육 및 육가공산업의 전문성 제고를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과 건강먹거리 공급에 헌신하고 현대화·자동화시설 구축과 식품안전·위생관리 강화를 이끌면서 귀농인 교육과 농축산업 발전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5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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