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내 운명…독보적 입지 구축한 ‘조경수 마이스터’

이윤지

| 2025-04-04 09:17:57

진녹조경 박건준 대표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화마로 일부가 검게 타들어 간 경남 진주 사봉면 둥근 마을의 600년생 느티나무, 원인 모를 이유로 말라 죽어가던 진주 문산초등학교의 400년생 느티나무, 6·25 전쟁 당시 포탄을 맞은 나무, 낙뢰 피해를 입은 나무’ 등 고사 위기에 놓인 140여 그루의 고목을 살려낸 이가 있다.

올해로 30년째 ‘나무 박사’로 불리는 진녹조경 박건준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전남 진도가 고향인 박 대표는 꽃과 나무를 벗 삼아 유년시절을 보냈다. 고향 집에 수백 년 묵은 고목들이 즐비했고, 부모님은 마당의 정원수와 화초를 정성스레 관리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원예부에서 활동하며 나무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그에게 부모님은 ‘평생 나무를 가까이 하라’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한다.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어 박 대표는 33년간 공직생활 중에도 주경야독하며 분재 관련 서적과 신문기사를 탐독하고, 독학으로 수목관리에 필요한 ‘생리학·토양학·병리학’을 습득했다.

그 결과 20년 이상의 분재 실무경력에 필기시험까지 통과해야 하는 ‘분재 전문 관리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그는 3번의 분재 개인전을 개최하고, 3천 점의 분재 작품까지 관리해왔다.

또한 수목 외과 수술법인 ‘수목부패부동공충전법’, 수목의 활착 및 생육에 도움을 주는 ‘수목보호대’ 등의 나무 치료법을 개발하고, 13종의 특허와 실용신안권을 획득했다.

이런 박 대표는 1995년 국내 보호수 상당수가 병들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무 살리기’에 구슬땀을 쏟았다. 2005년 장애아동 20여 명에게 고사위기에 처한 나무 치료 과정을 공개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14년 전남 무안군 삼향읍 왕산리에 둥지를 튼 그는 ‘진녹조경’을 설립했다. 천혜의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9900㎡(3천 평) 규모로 사무실, 체험장, 실습실과 조경수가 식재돼 있고, 3만 9600㎡(1만 2천 평) 규모의 진도 농원에는 남부수종 등 수백 년 된 조경수가 즐비하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정원사 양성, 특수목 유통, 조경수 정지전정, 노거수 외과수술, 민간정원과 도시숲 조성관리까지 그야말로 ‘일당백’에 ‘종횡무진’이다.

그래서 박 대표로부터 조경수의 육성, 재배, 유통 등의 노하우를 배우려는 이들이 많다. 자신도 교육을 통해 오늘날 초석을 쌓았던 만큼 열정이 남다르며 현장교육 중심으로 가르쳐 호평이 자자하다.


박 대표는 “보유한 기술과 지식을 공유하지 않으면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다”며 “전문적·실질적인 조경수 교육을 통해 청년농업인, 귀농귀촌인, 교육생들의 농가소득 창출과 농촌정착에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처럼 조경수 분야의 탁월한 성취를 일궈온 그는 지난해 ‘전문농업경영인(농업 마이스터)’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정하는 농업 마이스터는 전문 기술과 지식, 경영능력, 소양을 갖추고 농업경영·기술경영·상담(컨설팅)을 할 수 있는 농업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일컫는다.

박건준 대표는 “수목은 환경적·공익적·사회적·경제적 가치가 무궁무진한 만큼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조력자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함”을 강조하며 “향후 저서를 집필하고, 공익(公益)을 위한 일에 정진하며, 조경수 분야 최고 권위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평생을 나무와 함께 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박건준 대표야말로 우리 사회에 ‘아낌없이 주는 나무’임이 분명하다.

한편, 진녹조경 박건준 대표는 민간 정원 조성과 조경수 관리시스템 구축에 헌신하고, 남부수종의 재배·보급 및 조경수 산업화를 이끌면서, 정원사 양성과 조경문화 확산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5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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