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 박미라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포수 강민호(40)는 리그에서 발이 느린 편에 속하는 선수다.
체력 소모가 심한 포수라 부상 방지를 위해 몸을 아끼는 것도 있지만 젊은 시절에도 빠르지 않았던 그는 40대를 넘긴 뒤 더 느려졌다.
통산 병살타 260개로 KBO리그 역대 최다라는 사실에서 그의 '주루' 실력을 알 수 있다.
그런 강민호라 중견수 앞 짧은 안타 때 2루에서 홈까지 뛸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불혹' 강민호의 지축을 울리는 듯한 주루는 삼성이 플레이오프(PO) 티켓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나온 숨은 승부처였다.
강민호는 지난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 4차전에 8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 3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랐다.
호투하던 SSG 선발 김광현을 상대로 1사 후 볼넷을 골라낸 그는 후속 타자 전병우의 볼넷 때 2루에 갔다.
그리고 김지찬이 김광현의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를 방망이에 툭 갖다 대자, 안타를 확신하고 뛰기 시작했다.
내야를 살짝 넘긴 김지찬의 중전 안타를 정확한 타구 판단으로 읽은 덕분에 이종욱 3루 주루 코치는 과감하게 강민호에게 홈으로 뛰라는 신호를 줬다.
강민호가 3루에 멈추지 않고 홈을 노리는 건 SSG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SSG 중견수 최지훈은 당황한 탓인지 한 번에 송구하지 못하고 멈칫했고, 그 사이 강민호는 홈에 안착했다.
삼성이 1-0으로 앞서가는 선취점이 나온 순간이다.
6회 나온 삼성의 추가점 역시 적극적인 주루 덕이다.

삼성은 무사 1, 2루에서 르윈 디아즈가 좌익수 앞 짧은 안타를 쳤고, 2루에 있던 김성윤이 달리기 시작했다.
3루 주루 코치인 이종욱 코치는 처음에는 계속 뛰라는 신호를 보냈다가 SSG 좌익수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위치를 확인한 뒤에는 멈추라고 손짓했다.
하지만 발에 자신이 있었던 김성윤은 홈에서 간발의 차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이종욱 코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정도로 긴박했던 순간이다.
SSG 벤치에서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판정은 뒤집히지 않았다.
삼성이 8회초 2점을 잃고 동점을 허용하면서 강민호와 김성윤의 득점은 승리와 직결되지는 않았다.
대신 팀이 경기 중반까지 분위기를 지배하는 데 도움을 준 장면이었고, 결국 삼성은 5-2로 승리하고 준PO를 4차전에서 마쳤다.
가을야구는 작은 차이가 승패를 가른다.
상대를 뒤흔든 주루로 승자가 된 삼성은 이제 한화 이글스와 PO를 준비한다.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원투펀치를 자랑하는 한화는 투수력이 강점인 팀이다.
삼성이 한화가 자랑하는 '방패'에 균열을 내려면, 허를 찌르는 주루는 필수다.
시사투데이 / 박미라 기자 47240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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