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투데이 = 박미라 기자]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고향인 홋카이도로 귀향해 중이 된 도노하라는 마을 사람들에게 이상한 스님으로 통했다. 일본 사회에서 천시받던 아이누 장례를 잘 치러준다는 이유에서였다.
그에게는 특이한 점이 하나 더 있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숲속에 묻힌 유골을 찾아내 불교식으로 화장해 모시고 있었는데, 그 대상이 조선인이었다. 조선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댐 공사 때문에 끌려와 그곳에서 모질게 노동하다가 사망했다.
논문을 쓰기 위해 일본을 찾은 정병호 전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도노하라스님의 사연을 듣고, 그와 함께 유골 발굴 작업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교수가 된 후 1997년 학생들과 함께 홋카이도로 찾아 유골 발굴 작업에 나섰다.
최근 출간된 '긴 잠에서 깨다'는 정 교수와 도노하라스님, 그리고 이들과 함께 유골 발굴 작업에 나섰던 한일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강제노동 희생자들의 유골을 발굴해 고국에 송환하는 과정이 상세히 담겼다. 아울러 국적이 다른 젊은이들이 갈등 속에서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도 수록됐다.
한일 양국에 있는 민간인들의 노력 속에 '홋카이도 강제 징용자'들은 광복 70년 만에 유골이 되어 고향 땅을 밟았다. 유골 115구는 홋카이도에서 출발해 도쿄, 교토, 히로시마, 부산을 거쳐 파주 서울시립묘지에 꾸며진 '70년 만의 묘역'에 안치됐다. 책은 그 지난한 과정을 따라간다.
푸른숲. 280쪽.
시사투데이 / 박미라 기자 4724014@daum.net
[저작권자ⓒ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