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근대 문명을 넘어설 대안 사상을 탐구해온 사회학자인 저자가 미학과 신학까지 넘나들며 생존과 성장을 중시하는 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난 새로운 존재 방식을 모색한다.
저자는 자기를 축소하고 비운다는 개념인 케노시스(자기-비움)에 주목하며 인류가 직면한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힘을 줄이고 자기를 비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문제의식은 저자가 제시하는 '시대횡단' 개념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현시대에 균열이 생겨 다음 시대가 모습을 드러낼 때 비로소 우리는 시대의 존재를 자각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시대가 전환되는 순간 출현하는 주체를 '시대횡단자'로, 시대횡단자가 수행하는 여러 실천을 '시대횡단'이라고 명명한다.
저자는 한강, 양혜규, 이창동, 박찬욱, 구로사와 아키라 등 여러 분야 예술가의 작품에서 근대의 지배적 가치를 넘어서는 시대횡단자를 발견한다.
그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주인공에 대해 "음식을 거부하며 자아의 소멸을 향해 질주하는 이 문제적 인물은 21세기 한국 사회가 창조한 가장 급진적인 동시에 가장 암울한 시대횡단자"라고 설명했다.
또 박찬욱 감독 영화 '어쩔 수가 없다'에 대해서는 "표면적으로는 블랙 코미디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살아왔던 세계의 붕괴와 그러한 시간 속에서 출현하는 인간 유형에 대한 '종말론적' 분위기가 일렁인다"고 말했다.
문학동네. 492쪽.
박미라 기자 47240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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