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 박미라 기자] 단 한 번의 거짓말에서 시작된 거대한 비극, 그 가운데서 발견한 진실에 대한 마법 같은 이야기.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리뷰 15,000개를 돌파한 화제의 신간 '살로니카의 아이들'을 만나보자.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8월 10일, 그리스의 작은 도시 살로니카. 유대인들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기차역에 모인다.
독일군은 기차가 유대인들을 새로운 정착지에 데려다줄 거라고 안심시키지만, 유대인들은 그간 자기들의 집과 재산을 빼앗은 그들의 말을 믿기 어렵다.
그때 사람들 사이로 금발의 어린아이 '니코'가 나타난다. 절대 거짓말하는 법이 없는 순수함 때문에 그리스어로 눈(雪)이라는 뜻의 '히오니'라고도 불리는 이 소년은 어른들에게 말한다.
"독일군 장교가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요, 우릴 북쪽으로 보낸대요. 우린 새집이 생길 거예요. 일자리도 같이요"
그러나 니코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 기차의 종착지는 유대인을 학살할 수용소였고, 기차에 올라타는 이들 앞에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순수한 니코는 독일군 장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어른들에게 전했으나 이는 유대인을 순순히 기차에 태우려는 거짓말이었다.
최근 번역 출간된 미치 앨봄(67)의 장편소설 '살로니카의 아이들'(윌북)은 거짓을 모르는 순수한 아이 니코가 난생처음 의도치 않은 거짓말로 수많은 이웃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야기다.
경어로 서술된 이 책의 화자는 자신을 '진실'이라고 소개한다. 그만큼 이 소설에서 진실과 거짓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2023년 출간된 영어 원서 제목이 '작은 거짓말쟁이'(The Little Liar)인 이유다.
니코는 평생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은 순수한 어린아이이고, 그런 니코의 입을 빌려 말했기 때문에 유대인 정착지가 있다는 독일군의 거짓말은 더욱 힘을 얻는다.
이윽고 도시의 유대인이 모두 기차에 오르자 독일군 장교는 니코를 향해 "넌 솜씨가 썩 훌륭한 거짓말쟁이 꼬마였어"라고 말하고, 니코는 그제야 자신이 속임수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살로니카의 아이들'은 쉬운 문체, 인물의 속마음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서술 시점, 거짓의 위험성과 진실의 소중함이라는 단순하고 선명한 메시지 덕분에 속도감 있게 읽힌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단순히 사건만 나열하는 데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순수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니코, 니코를 남몰래 좋아하던 소녀 파니, 니코의 형 세바스티안이 홀로코스트 이후 40년 동안 전쟁의 상흔을 품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소설가 정대건은 '추천의 글'에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다룬 이야기지만, 내게는 하나의 성장 소설로 읽힌다"며 "니코, 파니, 세바스티안은 그들을 둘러싼 어둠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고, 마침내 진실이 드러날 수 있었던 건 그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썼다.
미치 앨봄은 미국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 영화 시나리오 작가, 극작가, 방송인, 음악가로 회고록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비롯해 여러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의 책들은 51개국에서 48개 언어로 출간돼 총 4천200만부 이상 판매됐다.
장성주 옮김. 416쪽.
시사투데이 / 박미라 기자 47240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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