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6년간 수백회 이상 돼지고기 납품가격을 담합해 시장 가격을 최소 20% 넘게 올린 대형 돼지고기 유통업체 6곳이 재판에 넘겨졌다.
4일 서울동부지검은 2017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이마트에 납품하는 돼지고기 가격을 담합한 도드람푸드, 디허스코리아(옛 CJ피드앤케어), 대성실업, 대전충남양돈축산업협동조합, 부경양돈협종조합, 보담 등 유통업체 6곳과 그 임직원 1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가격 정보 교환 행위'를 처벌하는 공정거래법 규정이 2021년 12월 시행돼, 그 이후 담합 행위만 기소 대상이 됐다.
식료품에 대한 업체의 정보 교환 담합 행위를 적발·기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담합 행위를 적발한 공정위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지난 4월 고발장을 접수하고 9개 업체를 대상으로 강제수사에 나섰다. 수사 결과 9곳이 모두 담합에 가담하긴 했으나, 이후 해산하거나 공정위 수사 협조에 따라 면책된 기업을 제외한 6개 업체만 기소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날 수사 브리핑에 나선 박형철 형사6부 검사는 "공정위는 주로 2021∼2022년에 발생한 190억원 규모의 담합 혐의를 적발했는데, 검찰은 이에 더해 2017년 8월부터 6년간 담합 행위를 한 사실과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사실을 새롭게 밝혔다"고 말했다.
검찰은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3개월 만에 이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한 모든 업체가 해당 기간 돼지고기 견적 가격을 합의해 결정하고 이마트에 제출한 견적 가격 정보를 매주 상호 교환한 사실을 확인했다. 납품업체 표시 없이 국내산 돈육으로 분류해 매장에 내놓는 일반육과, 육가공업체를 표시하는 브랜드육 모두에서 담합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박 검사는 "2020년부터 3년간 브랜드육 납품 가격을 분석한 결과, 가격 정보 교환 행위로 납품 가격이 거의 동일하게 형성됐고 일반육도 변동률이 서로 비슷하게 움직였다"며 "가격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면 발생하기 어려운 가격 분포"라고 설명했다.
이마트가 담합 업체들로부터 매입한 돼지고기 구매액 합계는 1조2천억원, 1억4천200만㎏에 이른다.
이들 업체는 2017년 8월 이마트가 가격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납품업체들이 제출한 견적가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하자 해당 정보를 상호 교환해 납품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도록 했다. 이들은 담합 행위가 드러나지 않도록 소액의 차이를 두고 입찰하는 수법을 썼다.
행사나 재고 처분 등 사정이 있을 땐 개별 연락을 통해 가격을 담합해 오던 업체 담당자들은 2021년 11월부터는 텔레그램 단체 비밀 대화방을 개설해 함께 납품가격을 맞추기 시작했다. 담당자가 변경되면 후임자에게 담합 행위를 이어서 하도록 했으며 신규 업체가 납품을 시작하면 그 업체도 담합에 참여하도록 했다.
그러다 공정위가 이들 업체의 담합 의혹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자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메신저 대화 자료 등 관련 증거를 인멸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일부 업체의 경우 준법감시 담당자인 법무팀 직원이 관여해 전산 자료 삭제를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를 조사방해 행위로 보고 범행을 주도한 4명을 특정해 기소했다.
박 검사는 "공정위 조사 개시 사실을 파악하고 대화방을 삭제해 해당 대화방에서의 담합 행위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며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약 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조사 방해가 없었다면 그 규모는 수백, 수천억원에 달할 수도 있었다"고 했다.
일부 업체는 수사 과정에서 이 같은 담합이 관행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2022년 공정거래법이 개정됐으니 보안에 신경 쓰자'는 취지의 대화가 오고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담합 행위는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검찰은 "2023년 11월 담합 행위가 적발된 이후에는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2023년 ㎏당 5천134원에서 2024년 5천239원으로 상승했음에도 대형마트 삼겹살 가격은 (납품 경쟁을 통해) 전년 동기 대비 25.5% 하락했다"며 적발 전까지는 담합 행위로 인해 대형마트 판매가격이 최소 2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형마트 가격을 기준으로 동네 정육점도 가격을 책정하는 점을 고려할 때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향후에도 경쟁 질서를 해쳐 국가 경제를 교란하는 각종 공정거래사범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47240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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