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실패시 美고강도 공격 가능성…이란 무기시설·중동 유조선 겨냥 무력공방 지속
[시사투데이 김균희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1개월을 넘기면서 양측에서 종전이 가까워졌음을 시사하는 신호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과 이란 지도자들의 31일(현지시간) 관련 발언으로 조만간 포화가 멈출 것이란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막판 군사적 긴장은 오히려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듯 군부에서는 서로를 향해 한층 강경한 위협 발언을 내놓고 있어서다.
끝이 보이지 않던 이번 전쟁의 종료 시한을 제시한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 행사 도중 취재진의 질문에 "내가 해야 할 모든 일은 이란을 떠나는 것이다. 우리는 곧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對)이란 군사작전 종료 시점으로 "2∼3주 이내"라는 구체적인 시한을 거론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란)은 나보다 더 합의를 원한다"며 이란과의 협상을 낙관하면서도, "그들(이란)은 나와 합의를 할 필요가 없다"며 종전 합의나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와 무관하게 그냥 전쟁을 끝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백악관은 1일 저녁 9시(한국시간 2일 오전 10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을 예고했는데,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종전 일정과 방향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란 정권의 완전한 파괴를 주장하던 이스라엘도 최근 들어 연일 전쟁 성과를 과시하며 조기 종전에 대비한 명분을 쌓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을 통해 이란에 ▲핵 프로그램 타격 ▲탄도 미사일 시설 파괴 ▲정권 기반 무력화 ▲내부 보안군 압박 ▲수뇌부 제거 등 '5대 재앙'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란에서도 공개적으로 '종전'이라는 단어를 거론하면서 협상 조건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의 통화에서 침략 재발 방지 등 필수 항목 충족을 조건으로 한 분쟁 종식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역시 이날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신뢰 수준이 "제로"라면서도, "휴전을 수용하기 보단 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모색한다. 이란뿐만 아니라 이 지역 전역에서 전쟁이 완전히 끝나기를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의 조건에는 침략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과 피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된다"며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침략 재발 방지를 주요 조건으로 내걸었다.
미국, 이스라엘, 이란 지도부의 이러한 공개 발언들은 협상 과정서 서로에게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박용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3주'라는 종전 타임라인을 제시한 상황에서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예고한 대로 이란 내 주요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고 핵 개발 프로그램을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한 막판 대공세를 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미국의 이란 작전 관련 브리핑에서 "향후 며칠이 결정적"이라면서 이란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더 강도 높은 타격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조지 H.W. 부시호가 이날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를 출항해 이미 중동에 배치된 에이브러햄 링컨호와 제럴드 R. 포드에 조만간 합류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것도 미국의 고강도 공격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현재 중동 지역으로 미 육군 정예 82 공수사단 소속 수천 명이 도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모함이 총 3척이나 이곳에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도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물러서지 않으려는 듯 이번 전쟁을 미국과 이스라엘의 '테러'로 규정하고 이에 협조한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인텔 등 18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공격을 예고했다.
이란 새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도 이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이끄는 나임 카셈 사무총장에 서한을 보내 저항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다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에 따른 이란 지도부 공백으로 내부 이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는 바람에 종전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최종 타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 이란 지도부가 계속 교체되면서 이란 협상단이 자국 정부가 무엇을 양보할 의향이 있는지 알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봉쇄된 상태에서도 전쟁을 끝낼 가능성까지 내비친 터라 예고한 시한 안에 포화가 멎더라도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의 완전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관측도 나온다.
종전을 둘러싼 엇갈린 전망 속에서 양측은 이날도 무력 공방을 이어갔다.
우선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이란 군부의 화학무기 개발 장소로 의심되는 연구개발 시설에 타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은 두바이 소재 알 하다트TV 보도를 인용해 이란 사법부 수장인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가 공습으로 수도 테헤란에서 숨졌다는 정보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도 중동 일대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1일 새벽 카타르 해안에서 유조선 한 척이 발사체의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쿠웨이트에도 이란 측 드론 한 대가 공항 연료탱크를 공격해 큰불이 났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김균희 기자 kyuni9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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