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 박미라 기자] 3.1 운동 정신을 이어받아 1919년 4월 중국 상하이에 임시정부를 세웠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193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령 김구의 이릠으로 일 제국주의의 척결을 선언한다.
임시정부는 일제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상하이 내 프랑스 조계지에 머물러왔지만, 끊임없이 밀정을 침투시키고 외부 지원금을 틀어막는 일제의 공작에 시달린다.
자금줄이 말라붙자 집단 지도체제의 임시정부를 실질적으로 이끌던 국무령 김구가 며칠 내내 밥을 굶어야 할 정도로 궁핍한 상황에 몰린다.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최근 출간된 이중세 작가의 장편소설 '상해 임정, 최후의 날'(마이디어북스)은 1930년대 초반 존립 위기에 처한 임시정부의 생존과 독립을 위한 분투를 다룬다.
이야기는 일제의 감시 탓에 사면초가에 몰린 임시정부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안중근의 동생 안공근은 일제의 감시와 견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임시정부를 상하이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자고 권하지만, 김구는 선뜻 결정하지 못한다.
상하이는 세계의 이목이 쏠린 곳이라 임시정부의 뜻을 국외로 알리기에 적합한 데다, 한반도 젊은이들이 비교적 쉽게 찾아와 독립운동에 투신하기에도 그만한 곳이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임시정부를 다른 도시로 옮기기 위해서라도 자금이 필요했는데, 당시는 그 자금마저 조달하기가 만만치 않은 형편이었다.
김구는 독립운동을 이어가기 위해 결단을 내린다. 한인애국단을 창설하고, 독립에 힘을 보태겠다며 임시정부에 찾아온 청년들의 손에 총과 수류탄을 쥐여준다.
1932년 1월 8일 이봉창 의사가 일본 도쿄에서 쇼와 덴노(天皇)를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같은 해 4월 29일 윤봉길 의사가 상하이에서 열린 일본 천장절 및 전승 기념식에서 폭탄을 투척한다.
이 소설은 역사적으로 알려진 독립운동가들의 활약과 그들이 겪은 어려움을 생동감 있게 전한다. 임시정부가 큰 위기에 처했던 시기이자 상하이에서 항저우로 옮기던 1932년 전후의 이야기를 다뤘다.
일부 내용은 각색을 통해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윤봉길 의사는 상하이 활동 당시 이미 본명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소설에선 거사 직전까지 본명인 '윤우의'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마치 평범한 청년 윤우의가 의사 윤봉길로 거듭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익숙하게 알고 있을 만한 내용이지만, 김구를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의 감정과 인간적인 모습이 묘사돼 있어 눈길을 끈다.
김구가 초조한 마음에 악몽을 꾸는 장면이나 며칠간 굶은 끝에 김가진의 며느리 정정화를 찾아가 밥을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 등은 독립운동가의 고통과 독립을 열망하는 마음을 짐작하게 한다.
작가는 상하이를 여러 차례 오가며 임시정부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와 그들의 기록을 조사해 소설을 집필했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소설은 현실의 일부만을 겨우 담을 뿐"이라며 "실존했던 분들 가운데 몇몇을 가려 써야만 했다. 충분치 못하게 담긴 건 전적으로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이중세는 단편소설 '코의 무게'로 2019년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을 받았다. 장편 '강철로 된 무지개', '삼키는 칼', '나쁜 검사들'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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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투데이 / 박미라 기자 47240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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