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대홀을 찾기 위해 동숭동 대학로로 향했다. 겨울날씨답게 바람이 매섭다. 문예회관골목으로 들어서기 위해 발길을 재촉하는데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띠를 두른 젊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공연홍보를 하고 있다.(나중에 알고 보니 스마일매니아 개그맨 지망생들로 대학로를 찾는 20-30대층을 대상으로 직접 홍보에 나선 이들이다.) 대학로 골목 끝에 위치한 박승대홀 지하에 들어서니 20여명의 지망생들과 개그맨 박승대씨가 연습에 한창이다. 이날 케이블방송 M-TV ‘뻔뻔(fun fun)개그쇼’ 녹화가 있어 마지막 점검에 모두들 바쁘다. 썰렁한 객석을 향해 연습하던 때와는 달리 객석에 하나둘 사람이 모여들고 녹화카메라에 빨간불이 켜지자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의 준 개그맨들의 연기가 펼쳐졌다.
객석엔 주로 20대 여학생들이 많았고 엄마와 함께 온 초등학교 남학생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먼저 공연을 봤던 친구의 권유로 같이 온 여학생은 연신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어댄다. 아예 방청객석에 자리 잡은 박승대씨는 녹화 중간 중간 쉬는 틈새로 관객들 옆에 앉아 이야기한다. “여러분 모두 실컷 즐기세요!!”
준비와 노력만이 살길이다.
“웃길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 개그선배로서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지요!” ‘멀대’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개그맨 박승대(38)사장. 그러나 지금은 잘 나가는 연예기획사 ‘스마일매니아’ 대표이다. ‘웃찾사 시청률 30% 하면 된다! 우리는 꼭! 한다!’ 공연장 벽면 한켠에 붙어있는 결연한 표어가 말해주듯 박승대 사단의 불철주야 개그에 대한 노력과 도전은 상상을 초월한다. 오디션을 거쳐 올라오는 수많은 지망생들 중에 돌과 옥석을 가려 SBS TV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에 정제된 웃음으로 보여주기까지 박대표의 트레이닝은 그 누구보다 매섭기로 정평이 나 있다.
SBS ‘웃찾사’ 코너중 70%이상을 스마일매니아 소속 개그맨들이 차지할만큼 그 기세는 대단하다. ‘그런거야’, ‘뭐야’, ‘로보캅’, ‘단무지 아카데미’등 신선한 웃음으로 인기몰이를 하며 시청률 20%를 넘나드는 그 이면에는 스마일매니아 박승대 사장의 치밀한 물밑준비가 있었다.
“20여년 개그맨으로 활동하면서 ‘안 웃기는 개그맨’이란 낙인이 찍히면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당장 방송출현은 늦어지더라도 기본기를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언더그라운드에서 관객들의 생생한 반응을 확인받을 때 공중파에서 제대로 충분한 기량을 보여줄 수가 있는 거지요”
단국대 무역학과를 다니며 지난 86년 KBS 개그콘테스트 4기로 데뷔한 박대표는 ‘코미디 1번지’, ‘연예가중계’에선 해피통신으로 활발히 활동을 했다. 그 후 2002년 8월에 개그전문기획사 ‘스마일매니아’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신인육성에 뛰어든 뒤 대학로에 소극장 2개(100석, 140석)를 인수해 자신의 이름을 건 ‘박승대홀’을 운영하며 신인발굴과 개그공연에 주력해 왔다. 지난 2003년엔 자신에게 성공을 안겨주었던 박준형, 정종철의 ‘갈갈이패밀리’와 결별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다시 1년만에 SBS TV ‘웃찾사’의 히트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동안 대학로에서 한 식구처럼 같이 고생하며 연습했던 31명이 지금의 ‘웃찾사’의 주역들이죠. 지금은 80여명의 식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밤새워 아이디어 회의와 연습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제2의 김형인, 윤택을 꿈꾸며 전국에서 몰려드는 개그지망생들을 상대로 오디션을 실시, 신인들을 계속 충원중인 그는 밀려드는 관객들로 대학로 주말공연을 유료로 전환했고(화, 수, 목 공연은 무료) 전국투어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을 보며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박대표는 좋지 않은 글이 올라오는 것에 대해 코미디에 대한 지대한 관심표명”이라며 그런 점까지도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코미디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관객들은 항상 변합니다. 한가지 음식만 먹으면 쉽게 식상해지지요. 인기는 모래성과 같아요. 개인기 한두개쯤 갖고 덤볐다가는 큰일나지요. 기초공사가 튼튼히 되어야만 코미디계에서 자신을 지키며 리드해 나갈 수 있습니다” 개그계의 영원한 정상은 없다며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하는 박대표는 여름에는 불량식품 퇴치를 주제로 한 어린이뮤지컬을 계획 중이다. 일본 요시모토 그룹과의 연계로 그들의 개그맨 성장과정, 관리, 제작시스템 등을 돌아보며 우리 개그를 일본에 서서히 알리겠다는 박대표는 ‘개그맨들의 감독’으로 거듭나기 위해 오늘도 대학로에서 후배들과 스마일 넘치는 대한민국을 건설 중이다.
백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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