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맨 윤성호(31)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평소에 개그콘서트를 즐겨보는 본 기자로서는 빡구의 ‘하지마~!’가 굉장한 유행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장소에 도착한 취재팀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때문만이 아니라 TV에서와는 달리 점잖은 말투와 빡구 같은 바보스러운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은 본 기자는 예상 밖의 윤성호의 모습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장난 섞인 말투로 “개그맨의 피는 어쩔 수 없는가봐요~”하며 개구진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웃음으로 시작한 인터뷰는 곧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되었다.
2001년도 SBS공채 개그맨 6기로 데뷔한 윤성호는 데뷔한지 벌써 5년이 지났지만 그 특유의 빡빡 민 헤어스타일 이외에는 특별히 주목받지는 못했었다. 그저 평범하기만 한 외모에 포인트를 주기위해 머리를 밀었다는 그는 지금의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개그맨으로 데뷔하기 전 20살 때부터 군 입대를 하기 까지 약 1년간 CF모델로서 활동을 했던 그는 개그열정에 대한 배고픔을 달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고 한다. 그 후 SBS 코미디프로그램인 ‘오! 해피데이’에 처음 출연하게 되었지만 시청률 저하로 9주 만에 막을 내리는 아픔을 겪게 된다. 하지만 기회의 화살은 그를 빚겨가진 안은 모양이다. 지금의 주 활동무대인 개그콘서트에서 ‘빠박로티’의 캐릭터를 소화하며 사람들의 입에서 ‘일어나~!’를 연신 난발하게 만든 주인공이 된 것이다. 계속되는 코너 ‘하류인생’에서도 그의 숨은 끼는 정신없이 발산되기 시작한다. 머리에 그리는 페인팅에 대한 본 기자의 질문에 “본인이 직접 그릴적도 있다.”며 장수코너로서 막을 내린 ‘하류인생’에 대한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머리카락이 길게 자랐을 때의 사진을 수줍게 내밀며 “지금은 3일에 한번 씩 꼭 정리를 한다.”고 말한다. 내민 사진 속 긴(?) 머리의 그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매력을 지닌 개그맨 윤성호였다.
그는 개그 아이디어를 책, 인터넷, CF페러디를 통해서 얻지만 주로 일상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그의 적지 않은 나이가 살아오는 동안의 생활을 아이디어로써 거듭나게 하는 것이라 본 기자는 생각해 본다.
그에게도 배고픔의 현실을 피할 수 없었던 공백 기간의 시기가 있었다. 신용불량이라는 딱지를 때기위해 개그맨이 아닌 장사꾼으로서 돈을 벌기로 결심한 것이다. 때는 2002년 월드컵 대한민국의 기적이 일어났던 그 시기. 후배 개그맨들과 함께 태극기와 스티커 등 월드컵용품을 들고 광화문이나 시청 등을 돌아다니며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분전환 수요일’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었을 당시 강릉해수욕장에서 물놀이 용품을 파는 일을 병행했던 것이다. 끝내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이것저것 경험하며 인생의 공부라 생각했던 것. 이런 낙천적이고 긍정정적인 사고가 지금의 노력하는 윤성호를 만든 것은 아닐까?
현재 생방송 게임쇼 ‘퀴니’에서 MC활동을 하고 있는 윤성호는 난생처음해보는 생방송이다보니 대본을 외우기도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파트너 MC와의 호흡에도 굉장히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재치와 순발력의 끼를 지닌 그로서는 생방송MC 역시 금방 소화해내며 에드립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윤성호 본인의 원래 성격은 어떤지에 대한 본 기자의 질문에 오히려 어떨 것 같냐는 그의 물음이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지금의 빡구 이미지와는 다르게 굉장히 터프할 것 같다는 대답에 본인의 입으로는 얘기하기가 쑥스러웠는지 옆에 앉아있던 그의 매니저가 대신 답해주었다. “성호형 첫인상만 보고는 다가가기 힘들 정도로 무섭게 느껴졌다. 하지만 계속 알다보니 사람이 부드럽고 인정도 많다. 특히 여성분에게만..(웃음) 장난을 굉장히 좋아한다. 개구쟁이스러운 성호형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함께 즐거워진다.” 며 연신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 주었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좋아하진 않더라도 싫어하게 만들지는 안겠다는 것이 신조라며 개그맨답지 않은 수줍은 모습까지 비춰주었다.
바보연기의 대 선배인 심형래, 이창훈의 뒤를 잇는 색다른 그만의 바보연기를 기대하며 아쉬운 인터뷰를 마치게 되었다. 배꼽을 쓰러 내리며 오랜만에 큰소리로 웃게 해준 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신인 아닌 신인으로 뒤늦게 인기몰이에 나선 개그맨 윤성호. 기발한 아이디어와 신선한 재치로 국민들로 하여금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개그맨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2006년에도 거대한 빛을 빛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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