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시 탈출’로 돌아온 박철..
박철의 속 시원하고 화통한 라디오 방송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도 간첩이 아닐까? 청취자들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 보는 것처럼 속속들이 알아맞히는 박철의 DJ 실력은 자타가 인정하는 검증된 실력이다. TBS(교통방송) ‘박철의 4시 탈출’로 돌아온 그는 굉장히 신중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예전보다 살이 많이 찐 모습의 박철은 라디오에서 비치는 모습과는 달리 말수가 적고 약간은 우울해 보이는 듯, 본 기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본인의 인터뷰 스타일이 좀 조용하고 우울하다며 양해를 구하는 가운데 인터뷰는 진행되었다.
1991년 MBC ‘우리들의 천국’으로 데뷔한 박철은 올해로 경력 15년차인 베테랑 연기자이다. SBS라디오 ‘박철의 2시 탈출’로 청취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그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접게된 방송에 대해서 침묵을 지키는 듯 조심스러운 모습을 비추곤 했다. 하지만 그는 라디오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는 않았다. 2003년 6월부터 2005년 여름까지 경인방송에서 ‘박철의 2시 폭탄’을 진행했었으며 그 후 쉬는 동안엔 골프 삼매경에 빠져 지내왔다며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또 그 사이 간간히 정준호와의 영화 ‘동해물과백두산이’에 까메오로 출연도 하고 현재는 부산방송에서 ‘박철의 장학퀴즈’를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DJ활동을 앞두고 서서히 부활하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내게 그동안 뭐하고 지내셨냐고 묻는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되려 말하고 싶다. 나는 항상 이 자리에 있었으며 그들이 나를 찾지 않았을 뿐이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DJ활동에 남다른 애착이 있으신 것 같다는 본 기자의 말에 서울예전 학창시절 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학교를 5년동안 다닌 그는 나름의 사정으로 1학년만 다니게 되었는데 그때 배우는 것이 바로 라디오라며 라디오를 5년이나 공부하다보니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텔레비전보다 잔잔하고 은은한 라디오를 더 좋아한다며 “배우로써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 비치는 것도 매력을 느끼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에 더 끌리며 들리는 쪽으로 상상력을 동원해 생각할 수 있다는게 더 매력적인 것 같다”라며 라디오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덧붙여 라디오도 흥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싶다며 작은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 드림팩토리 사장인 이승환씨가 그의 방송에 출현해 “박철의 방송은 라디오의 갑오개혁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라디오는 소리에 민감한 방송이기 때문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모여서 듣지 않는, 펄스넬리티가 굉장히 강한 매체이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방송이라 생각하고 본인은 그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청취자들로 하여금 신뢰를 얻은 것이 이승환씨로 부터 칭찬을 듣게 된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그가 라디오에 쏟아 부은 사랑과 열정은 지금의 DJ박철을 만들어 낸 밑거름이 된 것은 아닐까?
TBS(교통방송)로 복귀하게 된 구체적 계기는 무엇인가란 본기자의 질문에 “교통방송은 교통방송이라는 자체도로 굉장한 메리트가 있는 방송이지만 예전처럼 교통방송하나만으로는 지금의 다양한 매체를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해 나를 찾아주신 것 같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보였다. 현재 교통방송 대부분의 청취자들은 교통정보만 듣고 다른 채널로 돌리기 부지기수인건 사실이다. 여기에 센스 있는 입담꾼 박철이 가담한다면 교통정보도 제공하면서 다양한 코너들이 재미있게 진행될 것이라 본기자는 생각해본다. 또한 많은 청취자들을 머무르게 하고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도 해본다.
SBS ‘박철의 2시 탈출’이란 이름을 그대로(TBS '박철의 4시 탈출’) 가져왔는데 이유가 궁금하다는 말에 “원래 그 시간 때에 진행되었던 프로그램은 ‘안문숙의 4시를 잡아라’였다. 하지만 방송사 측에선 ‘잡아라’ 보단 ‘탈출’이란 단어에 더 많은 점수를 매긴 것 같다”며 프로그램 제목과 DJ와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듯 했다. 뿐만 아니라 SBS에 있을 당시 청취자들은 박철의 향수에 목말라했다. 그는 두말없이 SBS측에 프로그램 제목사용에 대한 허락을 맡고 이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시너지효과를 얻게될런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직접 지은 제목이기에 큰 효과가 나타나리라 믿어본다. 박철이 유달리 라디오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을까? 그는 앞서 말했듯이 라디오처럼 조용하고 은은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긴 하나 배우박철로써의 본분도 꾸준히 지키고 있었다. 주로 까메오로 활동했던 그가 정식으로 출연한 영화는 유상욱감독의 ‘피아노맨’, 이장수감독의 ‘러브’, 정준호(주머니필름)의 창립 작품인 ‘동해물과 백두산이’가 있다. 그는 “비중 있는 역할을 하고는 싶다. 하지만 영화선택에 있어서 영화사측과 내 견해의 포인트가 잘 맞지 않아 그때마다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렇다면 비중이 있으면서도 본인이 원하는 케릭터는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여러 명이 주인공(다주인공)인 영화에 출연해 보고 싶다며 예를 들어 전쟁영화인 ‘라이언일병 구하기’의 ‘톰 시즈모어’와 같이 여러 나라의 흙을 모아 담으며 서로를 이끌면서 도와주는 그런 잔잔하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존재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 당장 주인공을 맡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본인은 언제나 내가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작품을 해 왔기 때문에 주인공, 조연의 가림은 없다. 현 영화의 정서나 제작사들이 주인공이 누가되느냐에 따라서 투자가 틀려지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러 명이 주인공인 가운데 한명.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은 소망은 있다”며 스크린속 박철의 열정적인 모습을 다시금 기대해 보게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굳이 본인이 포커스를 받지 않아도 상관은 없으며 장르 또한 구분하지 않는다는 겸손한 모습을 잃지는 않았다.
박철은 현재 KBS ‘사랑도 리필이 되나요?’의 후속 작으로 방송될 예정인 새 시트콤 ‘솔져 패밀리’에 출연할 예정이다. 그가 맞는 역할은 결혼안한 만년고시생으로 고시날짜를 자꾸 잊어버려서 시험날짜에도 공부를 하고 있는 어리버리한 캐릭터이다.
라디오 DJ 이종환씨를 좋아한다는 박철은 고등학교 학창시절 이종환씨의 라디오를 듣다가 독서실 형광등에 부딪쳐 피가 날 정도로 라디오에 빠졌었다며 라디오는 나의 정서처럼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관심과 관용을 바라면서 끝을 맺은 인터뷰는 왠지모를 그의 쓸쓸함이 남아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철학적 DJ 박철.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서 또 다른 라디오 혁명을 기대해 본다.
-민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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