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듭나는 버스 친절서비스 업그레이드
바야흐로 배려의 시대다. 손님에 대한 배려가 뛰어난 회사가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대중교통도 예외는 아니다. 선택의 여지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했던 예전에는 손님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택시나 버스 모두 과잉 공급됐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그래서인지 1년 전 할머니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버스가 출발하는 한 이동통신사 광고에 등장했던 장면은 이제 시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버스에 올라타자 “안녕하세요.”누군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아는 사람이 탔나?’두리번거리며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었다. “힘드시죠. 뒤쪽 자리에 앉으세요”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였다. 비행기 조종사처럼 헤드셋 마이크를 낀 그가 웃으며 인사했다. 아저씨의 인사는 계속된다.
손님이 버스에 탑승할 때마다 “어서오세요”, “네, 외대 갑니다. 조심해서 올라오세요”라는 인사가 마이크 덕에 더욱 또렷이 들린다. 260번 버스를 운행하시는 조승형 기사아저씨다. 아저씨는 “방송을 하게 되면 손님은 듣는 입장이고 저는 말하는 입장이예요. 손님들의 연령에 따라서 맨트의 연령도 틀려지지요”라며 방송 노하우를 들려주었다.
그는 단순히 역사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꾸며서 얘기하기도 한다. 어쩔 때는 문제를 한 개 내어놓고 숙제로 남기겠다고 말하며 “다음번에 제차를 타시는 분들께 답을 말해 주겠다”는 식의 방송이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웃어주면 힘이 난다는 아저씨는 방송의 일부를 기자에게 들려주었다.
“여기는 동부시장입니다. 이곳은 예전에 봉황리와 상리, 중리, 하리 마을이 있었습니다. 봉화리마을과 상리마을이 만나 합쳐지면서 상리의 ‘상’자와 봉화리의 ‘봉’자를 붙여 ‘상봉동’이 되었습니다. 또 중리와 하리가 만나 중리의 ‘중’자와 하리의 ‘하’자를 붙여 중하리라고 부르다가 1963년 1월에 서울특별시 동대문구로 편입이 되면서 하리‘하’자대신 화목할 ‘화’자를 넣어서 ‘중화동’이 되었습니다”라며 노련한 솜씨를 뽐냈다.
그는 노선에 맞는 역사를 설명해주는 것이라며 제기동, 동대문, 용두동 등의 역사들을 손님들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잊혀져가는 역사를 다시 한 번 알려줌으로서 옛 추억을 회상하게끔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메트로버스 소속 버스 운전기사 312명 가운데 10여명은 지난 8월 초부터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하고 있다. 청계천 4가에서 2만 3000원에 손수 구입한 것이다. 그는 “올해 초 손님에게 인사하라며 회사에서 핀마이크를 줬는데 잡음이 많더군요. ‘이왕 하는데 본때나게 해보자’고 몇 명이 뜻을 모았죠”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학교 앞을 지날 때면 학생들이 ‘멋있다’며 휴대전화 카메라를 눌러댔다. 내릴 곳을 알려주거나 자리를 안내하면 노인들은 고맙다며 인사를 한다. 실시간 교통방송도 승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도로공사로 교통체증이 심합니다. 여기를 빠져나가는 데 10분 이상 걸리겠습니다”라고 얘기해 주는 것이다. 작은 배려가 수십 명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버스운전사가 이처럼 여유로워진 것은 출발시간, 도착시간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버스종합사령실(BMS)을 통해 전달받은 앞뒤 차량과의 간격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이다. “예전엔 시간 맞추느라 버스정류장을 그냥 지나치고 2∼3대가 한꺼번에 달리기도 했지요. 급한 마음에 짜증도 내고…. 이젠 아무리 막혀도 차량간격만 5∼7분 유지하면 되니까 마음이 편합니다”라며 편리해진 시스템에 흐뭇해했다. 앞뒤 간격은 버스 내 모니터로 실시간 확인한다. 메트로버스는 또 버스마다 디지털 카메라를 4대 설치했다.
운전석 옆 카메라는 운전기사가 운행 중에 휴대전화를 받거나 담배를 피우는지 승객에게 친절한지를 지켜본다. 매일 직원 4명이 화면을 재생해 보고 점수를 매긴다. 카메라 2대는 버스 안쪽을 비추고 나머지 1대는 버스 앞쪽 유리에 붙어 있다. 불미스러운 사고에 대비한 것이다. 접촉 교통사고가 발생하거나 승객이 버스에서 넘어져 다쳤다고 주장할 때 시시비비를 가리는 증거자료로 쓰인다. 덕분에 보험사기단을 몇 차례나 검거하기도 했다.
메트로버스 소속 버스는 260번, 273번, 370번, 342번이며 마이크 낀 운전기사가 모는 273번은 중랑구차고지를 출발해 외대, 혜화역, 종로를 거쳐 홍대입구에서 돌아온다.
-민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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