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서울에선 건물 하나를 지을 때도, 가로등 하나를 설치할 때도 주변 풍경과의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 비단 건축물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 높이, 색채, 야간조명까지도 세심하고 꼼꼼하게 신경 써야 한다.
서울의 경관은 고도성장기 급격한 도시화를 거치며 대형건축물 위주로 정비, 관리됐고 질적 관리 부족으로 경관 부조화와 훼손, 단절, 공공디자인 부재가 만연해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서울다운 경관의 미래 비전을 “전통과 자연이 조화되는 아름답고 매력 있는 서울”로 정하고 서울 경관전체 밑그림에 대한 가이드라인인「서울시 경관마스터플랜」을 12일 발표하고 오는 4월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마스터플랜을 통해 서울시는 친환경도시 서울을 위해 수려한 자연경관 특성을 보존, 향유하는 자연경관을 조성하고 ▴역사문화도시 서울을 위해 600년 고도 서울의 역사․문화특성을 강화하고 체험할 수 있는 역사문화경관을 조성하며 ▴디자인도시 서울을 위해 미래지향적 세계도시 서울의 위상과 이미지를 담는 매력적 도시경관을 창출해 낸다는 계획이다.
단, 이번 마스터플랜은 공공의 일방적 방향제시가 아닌 건축주의 ‘자가진단’ 등 시민참여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기존의 규제정책과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경관관리 계획이다.
향후 자치구별, 지역별 경관계획의 로드맵이 될 이번 마스터플랜은 과거 공공의 일률적 규제 위주였던 최소 관리 차원에서 벗어나 도시경관의 향유자인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매력적 경관창출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이경돈 디자인서울기획관 “서울은 그동안 600년 고도의 역사와 문화가 산과 강 등 수려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경관 자산을 우리만의 매력으로 만들어 가는 데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일률적 규제가 아닌 유도와 지원을 통해 경관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마스터플랜은 그동안 시가 진행해온 디자인 서울 정책을 도시 전반에 적용해 도시경관을 체계적, 구체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최초의 종합계획으로서 지난 07년 5월에 제정․공포돼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경관법」에 근거한다.
서울시는 모두가 공감하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 2007년 8월부터 서울시정개발연구원과 함께 계획을 진행해 왔으며, 서울시 유관부서와 자치구, 전문가와 함께 공청회(2008.9.9) 및 토론회를 거치는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했다.
마스터플랜의 핵심인 ‘기본경관계획’에 따르면 서울은 경관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관리구역’과 중점적인 경관의 보전, 관리, 형성이 필요한 ‘중점관리구역’으로 나뉘며 각각은 도심경관권역, 자연녹지축과 수변축, 서울성곽축, 역사특성거점으로 구성된다.
‘경관기본관리구역’은 서울 도심을 둘러싼 내사산(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과 외곽의 외사산(관악산․덕양산․북한산․용마산) 일대, 한강변 등이 포함된다. 서울시 면적의 58%에 해당하는 약 350㎢ 규모로서 전체 면적 중 산, 하천 등을 제외한 시가화구역의 면적은 약 130㎢로, 서울시 면적의 21%에 해당된다.
‘경관중점관리구역’은 서울시 면적의 6%에 해당하는 37㎢로서 4대문 안인 세종로․명동․필동, 용산가족공원 일대와 청계천과 서울성곽 주변, 북촌 일대 등이 지정된다.
서울시는 이들 경관관리구역 내 경관자원을 보호해 아름다움을 유지, 강화하기 위한 원칙적 경관유도기준인 10개의 ‘경관설계지침’을 제시했다. 지침은 건축물의 디자인 뿐 아니라 배치와 규모 및 높이, 형태와 외관, 재질, 외부공간과 야간경관, 색채, 옥외광고물 등을 유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경관설계지침은 ‘경관기본관리구역’에 적용되는 5개의 ‘경관기본설계지침’(도심경관권역, 내사산/외사산축, 녹지축, 수변축, 역사특정거점)과 ‘경관중점관리구역에 적용되는 5개의 ’경관중점설계지침‘(내사산/외사산축, 남북녹지축, 한강축, 서울성곽축, 역사특성거점)으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내․외사산축의 경관기본설계지침에 따르면 주요 조망가로 및 조망지점에선 시가지의 배경을 이루는 중요 경관자원인 산으로의 조망을 우선 고려한다. 또 장대한 규모 및 돌출 건축물을 지양하고, 산과 조화를 이루는 스카이라인을 조성하도록 유도한다. (별첨2)
아울러 멀리서도 눈에 띄는 건축물 고층부의 경관적 영향을 최소화, 주변지역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옥상설비 등 시각적 노출을 지양하고 건축물 부속 구조물이나 설비 등도 건축물 자체와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건축물 재질도 투명과 반사, 발광소재 등 지나치게 눈에 띄거나 부조화 되는 것은 사용을 지양하며, 야간경관도 자연경관을 향해 점점 산재될 수 있도록 어두운 빛을 연출한다. 색채도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해 지나친 발광, 원색, 고채도 및 명도를 지양하되 건축물 강조를 위한 강조색은 부분적으로 사용 가능하도록 한다.
아울러 경관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주요 가로변 다수의 민간건축물등도 관리 범주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시가지 경관설계지침’을 별도로 수립했다. 방식은 설계자가 자가 점검 시행 후 건축허가 시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서울시는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적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가로경관을 고려한 맥락적 디자인, 건물외관의 표정이 살아있는 디자인, 모두에게 쾌적한 보행환경을 확보하는 유니버셜․베리어프리 디자인을 유도함으로써 민간부분의 공공성과 역세권지역 및 커뮤니티의 경관을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시가지 경관설계지침’은 산, 하천 등의 자연, 기본경관계획에서 설정한 경관관리구역 및 대규모개발계획구역(지구단위계획, 뉴타운지구, 균형발전촉진지구)을 제외한 일반구역을 그 적용 범위로 하는데, 폭원 12m 이상 도로에 접해있는 3층 이상 건축물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하며, 향후 건축허가 대상 전체 건축물로 확대 운영을 검토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지침을 시행함에 있어 적극적 주민참여를 유도, 건축 설계 단계부터 주변 경관 자원에 대한 적극적 배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3월 말부터 ‘경관 자가 점검제’를 도입한다. 이는 건축설계자가 구상 단계부터 지침을 참고, 주요 항목의 준수여부를 체크해 건축허가 신청 시 제출하는 제도다.
시는 2년 동안은 ‘경관 자가 점검제’ 시범운영 기간으로 정해, 이 기간 동안은 지침에 저촉되더라도 허가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향후 사전협의 및 사전자문 등의 형태로 확대 운영해 제도의 전문성을 갖춰나갈 방침이다.
이 밖에 다양한 주민참여 활성화 지원방안도 마련했다. 서울시는 주요 역점사업인 경우에는 사업비의 70~100%까지 자치구의 고유사업인 경우에도 30%범위 내에서 보조할 수 있도록「서울특별시 경관조례 시행규칙」을 지난 1월 15일 제정․공포한 바 있다.
황정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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