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장수진기자]
서울시에는 중증 1,2급으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5천4백여 명 정도 거주하고 있다. 그들의 50%는 혼자서 활동할 수 없는 노인들이며 나머지 50%는 선천적으로 장애를 안고 태어났거나 사고 또는 질병에 의해 후천적으로 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동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어렵다보니 교통수단으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한다.
그들이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 경우는 대부분이 재활 및 치료 목적으로 병원에 가는 경우이고 그 밖에 출·퇴근 시 통근 수단이나 등교, 여가를 위해 이용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 보유하고 있는 장애인 콜택시는 280대로 오는 4월까지 20대를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장애인 콜택시 요금은 일반 택시요금의 15% 미만으로 저렴한 편이다. 서울 도봉구 창동에서 인천공항까지 갈 경우 택시를 이용하면 요금이 3만8천원 정도 나온다. 같은 거리의 요금이 장애인 콜택시는 4천원 정도로 일반 택시에 비해 저렴하다.
일반 택시와 또 다른 점은 콜을 하면 고지대든 골목이든 상관하지 않고 이용객이 요구한 지점까지 와서 대기하고 목적지까지 태워다 줘 이동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또한 콜택시 운전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서비스가 이용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유이다. 서울시설공단 장애인이동지원처 김윤기처장은 “운전봉사자를 채용할 때 먼저 면접자의 봉사정신과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 자원봉사 경험을 중점적으로 본다”고 했다.
사회적 약자이며 심신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좀 더 세심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한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을 운전자나 기사로 부르지 않고 운전봉사자라고 부른다.
운전봉사자들은 심신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장애인 콜택시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떤 운전봉사자는 차량에 허브 화분을 비치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도 하고 사탕이나 초콜릿을 준비해 두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어떤 운전봉사자는 에어콤프레샤를 비치해 두고 이용객 휠체어 바퀴에 바람을 넣어주며 실질적인 서비스로 그들에게 도움을 준다. 또한 이동하는 동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벗이 되어 주기도 한다. 장애인 콜택시 이용객 대부분이 반복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운전봉사자와 이용객의 관계도 친밀한 편이다.
운전봉사자 심재항(53세)씨는 장애인 콜택시를 운행한지 2년이 됐다. 한진중공업에 근무하다 퇴사한 심씨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실습을 나갔을 때 “장애인들의 모습이 후에 내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요양보호사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래서 장애인과 연관된 일을 찾던 중 서울시설공단 운전봉사자 모집에 지원하게 됐다. 심씨는 근무를 하면서 보람도 있지만 더러 당황스런 일을 경험하기도 했다. 술에 취한 이용객이 이동 중에 계속 술을 요구해 간신히 달래면서 운전했던 경험도 있다.
상황에 따라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이용객도 있는데 마포 합정동 빌라 3층에 거주하는 한 할아버지는 도우미가 있지만 여성이라서 할아버지를 옮겨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심씨는 그런 경우 직접 집 안에 들어가 할아버지를 업고 내려오고 또 업어서 침대까지 이동시켜 주기도 한다. 그럴 때면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그 누구보다 부자가 된다.
장애인들이 콜택시를 이용하려면 먼저 콜센터에 전화를 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한다. 장애인 콜센터는 24시간 운영되는데 콜센터 도우미들은 누구보다 이용객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병원, 특수학교, 근무지 등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이용객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콜택시 예약은 보통 하루 평균 2,500건 정도 접수 된다. 이용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용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이다. 지난 3월 22일은 눈이 오고 일기가 고르지 못한데다 월요일로 병원에 가려는 이용객이 많아 전화 접수가 2,800건에 육박했다. 평상시에는 접수를 하고 대기하는 시간은 40분에서 1시간정도 걸리는데 이날은 너무 많은 이용객이 몰리다보니 3,4시간씩 대기하다 콜택시 이용을 포기하는 이용객도 있었다.
콜센터 도우미들은 장애인의 생활백서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장애인들과 통화를 하다보면 콜택시 예약 외에도 다양한 요구 사항을 접하게 된다. 장애인이동지원팀 정명재(37세)센터장은 “어떤 이용객은 휠체어가 고장 났는데 어디에 연락해야 되냐, 며 묻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찾아서 연락처를 알려준다” 고 했다. 또 이용객이 목적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찾아 확인하고 안내를 해주기도 한다. 이용객들이 자주 물어보는 정보에 대해서는 메모를 해 뒀다가 필요할 때 안내 해준다. 지난 명절에는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가 고맙다며 간병인을 통해 택배로 과일을 보낸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3만원이상 선물을 받으면 안 되는 규정상 과일을 되돌려 보내야했다.
정명재 센터장은 “할아버지가 처음엔 너무 고마워서 전화하셨다가 나중에는 화가 나셔서 전화를 끊고, 그래서 나중엔 과일을 클린센터에 신고해서 감사실에서 조손가정에 보냈다”고 했다. 그런가하면 어떤 이용객은 오래 기다리다 보니 대기 순서가 안 됐는데도 순서를 먼저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한 시간이 넘도록 도우미에게 화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도우미들은 전화를 먼저 끊지 않는다. 다행히 녹취 메시지가 나간 이후에는 그런 경우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 이용객은 하루 평균 2천여명 정도이다. 운전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서비스와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객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반면 정해진 차량에 수요가 많다보니 대기시간이 점차 길어지는 것이 이용객의 불만사항이다.
장애인이동지원처 김윤기처장은 “현재 280대가 운행 중인데 4월까지 20대를 더 늘릴 예정이다”며 “장기적으로 적정한 차량요금과 대수를 파악해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고 했다. 더불어 시민들에게도 “도로에서 장애인 콜택시를 보면 차량에 몸이 불편한 분이 탑승해 있으니까 안전거리를 유지해 주고 탑승으로 인해 도로에 주정차시 교통흐름에 방해가 될 때도 더러 있다”며 시민들의 이해와 배려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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