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기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경마문화
[시사투데이 장수진기자] 영국은 300년 역사의 경마문화를 자랑하는 경마 선진국이다. 영국에서 경마는 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로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며 문화이다. 경마장 관중의 60%가 1년에 한 번 정도 경마장을 찾는다고 하니 이는 그만큼 다양한 사람이 경마를 즐긴다는 뜻도 된다. 영국, 홍콩, 일본, 미국 등 경마 선진국에서 경마는 사행산업이 아닌 문화며 레저스포츠로 통한다. 그런데 80년 이상의 경마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경마가 사행산업 전면에 있다 보니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경마는 기수와 경주마가 함께 팀을 이뤄 경기를 펼치는 스포츠로 경마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주마다. 이를 중심으로 경주마를 생산하고 훈련시키는 1차산업, 경마장과 목장건설의 2차산업, 마권매매의 3차산업, 각종 정보제공의 4차산업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면 경마산업이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세계의 경마선진국은 대부분 생산-육성-경주-투입-생산으로 이뤄지는 순환시스템으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마산업은 마권매매 부분만 중요하게 취급되어 기형적인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경마가 건전한 레저스포츠 문화로 인식되지 못하고 금전적 이익을 위한 수단인 도박 문화로 왜곡되어 정착된 까닭도 있다. 그렇다면 경마가 과연 일확천금을 꿈꿀 수 있는 게임일까? 한국마사회 홍보팀 홍용현차장은 경마 시스템을 알면 결코 일확천금을 꿈꿀 수도 한 순간에 수십억을 날릴 수 있는 시스템도 아니란 걸 알 수 있다고 한다. 한국마사회에서 진행되는 경마는 금, 토, 일 주3일 시행되며 하루 12경기가 진행되는데 마권구입상한제로 게임당 10만원까지만 배팅할 수 있다. 또한 연속 발매를 하지 않기 때문에 무한정 마권을 구입할 수 없다. 한국마사회의 경마 시스템은 고객들에게 그만큼 불편을 끼쳐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구축된 것이다. 실제 경마장에서 마권 구입 형태를 보면 10만원짜리 마권 매출액은 3% 불과하며 60% 이상이 3만원 미만이라고 한다. 고액으로 베팅 하는 사람이 그만큼 적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경마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이다. 경마로 수십억을 날렸다는 사람의 이야기, 경마 · 도박 중독자 이야기는 경마장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수십억을 날린 사람의 사연을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는 사설 경마와 다른 도박이 가미된 것으로 여러 가지 도박이 복합적으로 연결 된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 모두 알콜 중독자가 되는 것이 아니듯 경마 중독도 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 않겠냐는게 홍용현차장의 사견이다.
홍용현차장은 “경마에 대해 제대로 알고 분석해서 하는 사람은 10%로도 안 될 것으로 판단한다. 쉽게 마권을 사고 배팅하는 사람들은 예상지를 의존해서 배팅을 하는데 예상지 적중률은 8~9%정도라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경마를 제대로 모르고 예상지가 없으면 불안하니까 사는 것 같다” 며 경마를 즐기려면 경마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말에 대해 알고 경마 시스템을 알면 경마를 레저스포츠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경마선진국을 보면 경마가 사교의 장으로 자리 잡은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금전적인 욕구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건전한 경마문화를 위해 한국마사회는 안내방송과 계도방송, 문구를 내보내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마를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즐길 것이냐 금전적인 이익을 추구할 것이냐는 결국 경마를 하는 사람의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경마를 팍팍한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삼지 말자. 가족 또는 친구, 동료와 함께 야외에서 자연을 느끼고 가벼운 마음으로 날렵한 말들의 힘찬 질주를 감상하고 가볍게 한 게임 한다면 좋지 않을까. 건전한 경마문화의 시작은 지금 경마장으로 향하는 당신의 목적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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